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Sep 12. 2019

이별은 언제나 서툴 수밖에 없다

경비실 아저씨 건강하세요

쟈클린의 눈물, 슬픈 첼로리스트의 연주로 시작하는 이른 아침.




어제저녁 큰애가 경비실 택배를 받으려 갔더니  친한 경비 할아버지가 관둔다며 아쉬워한다. 서운하고 아쉽다. 처음 이사 올 때 두 분이 근무하고 계셨는데 한분은 몇 개월 전에 벌써 그만두시고 이제 나머지 한분도 떠나신다니, 십 년 전 우리 가족이 순천에서 이사와 쉽게 정들지 못한 인천 땅에서 적응하며 살아올 때 엮은 인연임으로 이제 가족사의 역사이신 두 분이 모두 우리 곁을 떠난다.

인간이, 사람이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언제 다시 죽어서라도 다시 만나는 것이 필연, 인연일진대 누구나 이별, 작별, 헤어짐이란 것과는 익숙해지기 매우 어렵고, 슬픔과 서운한 감정이 늘상 앞서기 마련이다. 하물며 서로 정을 나누고 소통을 하고 살아왔다면 그런 감정이 이별의 시기엔 고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오늘 출근 전 아침에 동료 경비 아저씨와 그분에 대하여 조금 긴 대화를 했는데 74세라 했고 퇴직 사유는 무릎 수술로 수술 회복 시간인 3개월의 공백을 메울 수 없어 부득불 관둔다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낙엽이 떨어지나 늘상 한결 같이 성실함과 부지런하심에 반해서 명절이면 비싸지 않은 선물을 드렸고 먹을 택배박스가 오면 경비실에서 포장을 뜻어 함께 나누곤 했는데 그때마다 양이 많다면서 투덜거리던 기억들이 아련하다.

22일까지 휴가라 경비실 근무는 사실상 종료되어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할아버지를 다시는 뵐 수 없다 하고 마무리를 위해 잠깐 들린다고 하니 어쩌면 한번 아니면 이제 영원히 뵐 수 없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으니 많이 짠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언제 어디서 이던 남들이 볼 수 없는 차 안에서 운전대 잡으면 눈가에 촉촉이 눈물이 고여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야 한다.  마지막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왜 이리 서툰지 모르겠다. 어떤 이별 선물을 드려야 할 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