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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ug 21. 2021

휴가가 끝난 주말 아침 비가 내린다.

쉬는 것은 언제나 옳다.

휴가가 금요일인 어제 끝이 나고 오늘부터는 아쉽게도 모두가 쉬는 분들과 동일한 주말 휴일 이군요. 일 년 중 눈치 없이 조금 길게 쉴 수 있는 휴가였기에 여운이 많이 남는 아침입니다. 재 충전이었을까요?


아무리 지금 MZ 시대가 어쩌니, 개방이다 떠들어도 휴가 5일이면 9일을 쉴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어려운 결단을 하지 않고는 5일의 휴가를 낸다는 게 쉽지 않아요. 이번엔 특별히 간이 배밖에 나온지라 16일 대체 휴일을 끼고 9일 동안이 주어진 휴가였어요.


직장인들이 긴 휴가를 가지 못하는 이유는 대충 이러합니다. 첫 째 눈치죠. 대부분 눈치란 위로부터의 눈치이지만 스스로의 자기 검열 눈치도 있어요. 그리고 "네가 빠지면 니일은 내가"라는 동료들의 눈치도 있고요. 경험상 글 순서대로 눈치의 크기가 큰 것 같아요.


둘째가 우리나라 분들 좀 존심 상하겠지만 놀 줄을 모르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불행하단 경우로 여겨지는데요. 꼭 본인이 아니면 회사가 안 돌아갈 것 같은 불안이 있기도 하고, 연말이면 휴가 며칠 남았다 자랑도 가끔 하죠. 속으로 "바보"라고 해 줍니다. 암튼 뭐 그렇게도 할 수 있는 놀이가 없을까 생각해보는 경우입니다.


지난주까지 유럽 업체와 두 건 정도의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벌써 연락 두절 한 달이 넘어가요. 휴가랍니다. 일 안한댐니다. 더 신기한 건요. 우리 거덩요. 일 안 하는 한 달을 유럽인이라 아무 군소리 없이 기다려 주고, 2-3일 휴가로 자리 비운 한국 업체에는 기다리기는커녕 장사할 거냐고 난리를 부린다 말이어요. 제 모습 이기도 하고요.


긴 휴가를 보내고 일어난 여름 주말 아침, 마침 주르륵 비가 시원하게 끝내 주게 내려 줍니다. 휴가 후 선제적으로 받은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모든 게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 좋기도 하네요.


3일간의 제주도에서의 놀이, 먹거리, 노을, 일출, 파도, 파도소리, 해안도로, 하늘, 바람, 구름, 어선 불빛, 카페, 술 그리고 함께 해준 친구들 Y, L, K와 또 멋지게 만든 추억 거리를 오래도록 기억해야겠습니다. 외형(비주얼) 가재 맛집 예약이 밀려 튕긴 게 마냥 아쉽지만 우리에겐 다음 기회가 있어 늘 좋아요. 꽐라 되어 한 시간 행불 된 사건도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Y.


김녕 근처 이름없는 카페, 진짜 간판없음. 근데 깜놀


애월, 유니 호텔


해안도로


마지막, 종료라는 단어는 무게만큼 아쉬움도 크지만 내일의 태양은 내일  다르게 기에 내년 코로나가 끝난 휴가가 즐거울 예정이므로 올해는 여기까지 입니다.


오랜만에 소파에 밀착하여 잠시 미루어 두었던 음악으로 휴가, 휴일을 기억 속, 추억으로 남겨 두려 합니다. 언제나 여행이 그립고, 역마살을 잠재워야 할 날들에 대리적 만족을 채워 주는 교향곡 "이탈리아" 멘델스존을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해 봅니다.


이탈리아 1악장, 멘델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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