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배 이야기

선장은 Master인가? Driver 인가?

by 바다 김춘식

지구 상에 인간과 물이 존재했을 때부터 배가 있었을 것입니다. 배는 사람이 타서 노를 젓거나, 돛을 올려 항해를 했으므로 총지휘 통제하는 사람이 있어야 했고 그 지휘자를 선장(Captain)이라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류 최초의 공식적인 선장은 아마도 성경에 나오는 방주의 노아 일 것입니다. 노아 선장, 그럴듯한 무면허 선장이네요.


선장을 영어로 Captain이라 통상적으로 불리지만 다른 명칭으로는 Master가 있습니다. 지금도 외국항 입항 공식문서에는 Captain보다 Master가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Master가 통상적 명칭으로 사용됩니다


선장을 Master라 불린 게 배에서는 절대 권력자이자 선주의 대리로서의 역할이 있어서입니다. 그러니까 배에서는 왕이란 이야기입니다. 인사권, 운항권, 유지보수 및 임금 배분권을 모두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뱃놈 비하와 달리 지금도 영국 등 서양에서는 선장은 존경을 받는 지위입니다.


그런데 파이프 입에 물고 한 손에 키를 잡고 칠대양을 제패해야 할 오늘날 우리의 선장은 권위와 존경의 하락 즈음에 피곤하고 고단하기만 합니다. 해난사고 시 마지막으로 배를 함께 해야 할 책임과 도덕성으로 강제 무장하길 바라지만 권위는 반대로 추락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별, 달 보며 바닷길을 찾아 항해하던 시대는 출항과 동시에 입항까지는 배와의 통신이 불가하여 구워 먹든 삶아먹든 모든 것을 선주는 선장에게 의존해야 했습니다.


아라온호가 한국을 출항한 지 3개월째 남극해에서 항해 중이고 2일 후면 해빙권에 진입해 본격적인 쇄빙항해를 앞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Vsat 인터넷망, FB-500 위성 통신, 저위도 위성 이리듐, Inmarsat으로 촘촘히 무장되어 실시간 항해 과정이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들어옵니다. 깨톡을 합니다.

실시간 감시


선교(Bridge)에서는 항해사들의 대화, 통신들이 VDR(Voyage Data Recorder, 블랙박스)와 녹음기에 녹화되고 있고, 육상 운영실(Operator)에서는 배를 매일 통제(Control)하고 있으며, 이메일, 전화로 업무를 지시하고 있습니다. 이게 참 이만한 간섭도 없겠지요.


선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선원법 2장에 따라 항해술을 가지고 안전한 항해만 하는 것뿐 아닐까 싶습니다. Master가 Driver(단순 운전자)가 될 정도입니다. 이마저도 무인 선박의 출현으로 머지않아 없어질 판이니 노아 선장님이 후배 선장에게 눈물 흘릴 날이 올려나 봅니다.


오늘도 남극에 항해 중인 아라온호의 위치와 해빙 분포를 확인하고, 항로를 점검한 후 위성전화로 선장님과 업무 통화를 했습니다. 늘 이때마다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책임만 가득 두 어깨에 지운 것에 대한 미안함에 양심이 흔들린다 할까요.


변화의 대세는 잠깐 늦출 뿐 거스럴 순 없나 봅니다. Captiain, Master의 권위는 누가 찾아 줘야 할까요?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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