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배 이야기

죽을 만큼, 하지만 절대 생존율 100% 뱃멀미

해결책 없음 ~

by 바다 김춘식

멀미의 왕, 뱃멀미는 영혼까지 쥐어짜듯 신체를 혼돈으로 몰고 가는 아주 독한 놈입니다. 처음 배를 타는 사람에게는 공포가 됩니다. 쇄빙선 운항 초기 존재하지 않는 멀미 대책을 내놓으라 협박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만 지금은 멀미 걱정으로 대처 요령을 찾는 분들이 신기하게도 깜쪽같이 없어졌습니다. 오랫동안 타다 보니까 모두들 익숙해지고 적응력이 생겼다 추정해봅니다.


뱃멀미는 항해 중 발생하는 선체의 종요(Pitching)와 횡요(Rolling) 운동에 의해 반고리관의 평행 감각에 혼란이 와 발현한다 합니다. 종요란 길이 방향으로 파도를 타는 것인데 놀이 기구 바이킹이 움직이는 방향이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고, 횡요란 넓이 방향인 좌우로 오르내림을 하는 선체 운동을 말합니다. 경험상 종요에 멀미하는 사람, 횡요에 멀미에 민감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대형선의 침실에는 침대와 소파의 방향을 90도로 배치를 하곤 합니다. 민감도에 따라 침대 혹은 소파를 이용하라는 뜻입니다.

5년 정도 대형선을 탔는데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는 지독한 기상악화에 의한 침몰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머리칼이 곤두서는 위협을 느낄 정도의 저기압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보통 겨울철 미국서 우리나라로 넘어올 때 유리맥이나 캄차카 반도 근처를 항해할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선을 넘나드는 너 튜브 동영상 한번 보시면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주로 횡요 보다 종요에 머리가 맑지 않고 띵한 상태로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는데 그게 멀미였습니다.


남극에는 아직 배를 타고는 가보지 않아 경험을 못해지만 썰과 보고서 따르면 세종 기지로 가는 항로는 드레이크 해협에서 하루 정도, 장보고기지는 해빙지역 진입하기 전 3일 정도가 승선자를 괴롭히는 악마의 저기압 구간이 된다 합니다. 민감한 분은 반 죽음이 된다는 뜻입니다.


여객선(Cruise)은 보통 무게중심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높여 배의 횡요를 최대한 줄입니다. 무게중심이 낮은 오뚝이를 비교 생각하면 됩니다. 무게 중심이 높다는 것은 횡요는 감소시키지만 기상악화 시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음으로 여객선은 기상이 좋은 항로를 선택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멀미를 최소화하여 여객(Passenger)의 편안함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선택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항해가 우선인 배들은 무게 중심을 낮춥니다. 복원성(Stability)을 좋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아래(선저)가 무거운 배(쇄빙선) 같으면 복원성이 오뚝이라 저기압이라도 만나면 상상 초월 횡요에 초토화되고, 침대에 누워서 벌떡벌떡 강제 윗몸일으키기를 해야 합니다. 그 상황이 되면 멀미에 더하여 식판이 날아다니기 때문에 여간한 분들만 식사를 합니다.


멀미를 줄이는 방법은 멀미약 복용, 귀 아래 약 붙이기 등의 약 사용 방법과 민간요법으로 인삼과 생강을 말려 먹는다 하는데 모두 잠깐 효과를 보아도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보았다는 분은 없었습니다. 소형선에는 적용하기 어렵겠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가급적이면 배 아래쪽과 중앙에 거주(위쪽일수록 고급 선실이지만)하는 것입니다. 아시는 분은 좋은 선실보다 실리를 택하여 아래쪽을 선호합니다.


결론은 멀미 예방으로 약물, 민간요법 등 모두 다 꽝입니다. 적응하든가 배를 내리지 않는 이상 답이 없습니다. 정신력으로 버팅기기도 힘들죠. 다만 멀미 대처 방안에 대하여 물어 오시는 분에겐 항상 농담 반 진담 반 우스개 소리로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멀미로 여태 죽은 사람 없습니다” “살아서 만나요~~"


Bon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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