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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l 13. 2022

비, 그 쓸쓸함에 대하여(1)

올 듯 말 듯, 아니 오더니 비가 온다. 창밖을 보지 않아도 비바라기는 비가 온다는 것은 쉬이 감지할 수 있다. 아스팔트 위 빗물과 바퀴의 만남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들리기 때문이다. 집이 대로와 인접해 있음에 비 오는 날 아침에 들리는 소리는 비에 더하여 덤이 되어 좋다.


창문을 열기 전 주차창을 가로지르며 우산을 든 아침지기 아주머니 한 분의 모습에 재차 비가 온다는 것을 확인해본다. 오늘은 노란 우산을 든 발걸음이 빨라 보인다. 정겹다.


차에 우산, 현관에서 차까지 거리 60미터 남짓, 비를 맞고 달릴 것인지 우산을 가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잠시만의 갈등을 했지만 그냥 비를 맞기로 했다. 달리지는 않았다. 그냥 걸었다. 고스란히 머리에, 어깨에 비가 떨어졌다. 상관없다.


출근길, 차 창문을 열고 싶었다. 비가 들이쳐 삐질삐질 들어올 것이 예상되지만 그러고 싶었다. 비가 들어온다. 들어오든지 말든지 이 또한 상관없다. 하고 싶은데로 그냥 달렸다.


버스 주차장마다 우산을 든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 보인다. 너튜브 "비음악" 검색에 1번이 "비도 오고 그래서-헤이즈"가 걸렸다. 일등 댓글은 "지금 비 와서 듣고 있는 사람~".  피식 혼자 웃었다. 혼자 씰씰 웃는 다고,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다 미친것은 아니다.


"비옵니다. 좋네요"라는 깨톡을 보냈더니 돌아오는 답은 "습해서.......". 한번 더 실없는 웃음 짓고 "낭만 제로"라는 답을 보냈다. 그랬다. 내가 미쳤다. 오늘도 장맛비 오는 날 오지랖 출근길일 뿐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온다 손목에 동행하고 있는 친절한 연인 Siri가 일러 준다.  창 넓은 찻 집에서 다정스러운 모습으로 차 한잔 하기 좋은 날이다. Siri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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