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Jul 14. 2022

숏다리, 그 쓸쓸함에 대하여(2)

LPGA(미국 여자 골프) 선수 중에 공을 아주 잘 치는 코다 자매가 있어. 이뻐기도 해서 인기가 아주 많아. 그런데 테리비로 그녀들을 볼 때마다 짜증이 확 밀려와. 왜냐고? 다리가 길거든. 두 자매다 장난 아니게 롱다리란 말이지. 뻥 좀 보태서 다리 길이만 해도 내키만 하다니까.


다들 꿈 말고 이룰 수 없는 소망이 있잖아. 그게 바지 단을 안 줄이고 입어 보는 거야. 간절한 소망이긴한데 이번 생은 틀렸어. 저 세상에서 먼저 나라를 구하든지, 세우든지 한 후 다시 태어나 꼭 성취할려고 해.


멋 찾으려다 얼어 죽는다 말이 있지. 몇 해 전부터 이 놈의 유행은 짧게 바지를 입는 거야. 끝단의 기준점이 구두 뒤축이 아니고 복숭아뼈 위쪽으로 바뀐거지. 이게 뭐 진짜 패배자(Loser)가 되란 말인지, 요걸 유행시킨 놈 찾아내어 비오 눈 날 먼지 나게 아니면 편의점 문 닫을 때까지 좀 때려 주고 싶어.


숏다리에다 세상의 유행마저 내편이 아니라서 새로 산 바지는 이제 거의 반을 잘라야 하는 참사가 발생 해. 내가 보기에도 짧은 모양을 보면 처참해 한숨만 나와. 새 바지의 단을 줄려 달라 아내에게 부탁했어. 그다음 날 줄여 왔더라. 그런데 줄여 왔음 끝이지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굳이 콕찍어 하더라.


세탁소 주인아줌마, 아저씨가 굉장히 괴로워했다 했어. 짧아도 너무 짧은 길이때문에 잘 못된 표식의 위치로 행여 실수라도 할까 봐 길이의 적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논쟁했다는 거야. 한두 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씩이나 말이야.


정말 아침 식탁이 "갑분싸~"로 바뀌었지. 치사하게 도시락 사는 것의 보복으로 돌려 까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더라. 언젠가 모 연예인은 그랬지. 170 이하는 패배자라고. 절망이더군. 지금에서 성장판을 열 수도 없고. 아, 열리긴 하더라. 위가 아니라 앞, 옆으로.


얼마 전 희망이 조금 생겼어. 너튜브 영상에서 여성분이 그러더군. 이성에게 인기가 없는 이유는 키가 작아서, 못생겨서가 아니고 패배자라 포기하고 관리와 꾸미는 노력을 하지 않는 거라고. 맞는 말이기도, 아니 맞는 말이라고 믿고 싶었어, 진심.


바지 공장 공장장님, 내실을 다지라 충고하시고 싶으시겠지만 위로가 절대  됩니다. 다양성을 해주세요. 숏다리용 바지를 만들어 주시던지,  되면 잘려 나가는 길이만큼 할인해주던지 대책이 시급해 보여요.

매거진의 이전글 비, 그 쓸쓸함에 대하여(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