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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03. 2022

겨울, 그 쓸쓸함에 대하여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에 들어섰나 보다. 흠칫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단단히 월동준비를 해야 한다. 만약 곰이라도 된다면 오늘부터 11월 말까지 그냥 맛난 것만 마구 먹어 몸을 불리고 12월부터 2월까지 드르릉 겨울잠을 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고 나면 봄이 되어 있다면 아주 멋진 일 일 것이기 때문이다.


12월부터 늘 세월은 덧없이 흘렀다. 낙엽은 떨어지고 바람은 불었다. 망년회로 분주하게 흥청망청 하다 연말 새해가 되고 매일 뜨는 태양을 특별한 하루에는 다르다 유별 떨다 한 해가 시작한다. 설을 맞고, 2월에 봄타령을 입에 달고 다니다 3월이 되면 한 해의 1/4이 지난 셈이 되었다. 해마다 늘 반복되는 세월이다.


점점 절박함과 간절함보다는 체념과 순응이 더 편하고, 나이 탓이 모든 일의 면죄부가 되었다. 빠릿 또렷하게 달리고 싶지만 스스로가 아니면 주변에서 느리고 흐리게를 강요하게 되는 것이 조금 슬프긴 하다.


해마다 남들보다 조금 빨리 11월에 이른 봄을 기다린다. 눈이 녹고 노란 산수유와 흰 벚꽃이 피는 3월의 봄 말이다.


어느 죽음을 앞둔 일본 야구 선수의 마지막 글이 이 계절에 가슴에 닿는다.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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