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과 셜록

탐정 소설이 아닙니다

by 바다 김춘식

일은 하지 않고 뺀질거리다 월급을 받아 가는 몰지각한 직장인을 월급루팡이라 하고 그 폐해에 대해서 "공감의 기술 작가"님께서 쭈욱 정리해 주셨습니다. 월급루팡의 심각한 문제 중 집중적으로 공감이 가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나의 일을 내가 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군가가 덤터기 일을 해야 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공감 작가님 글에 "월급 셜록"이라 아재 개그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 밉상 루팡도 문제지만 사실 셜록도 문제이긴 하겠다 싶었습니다. 루팡은 사장님과 동료 직원들이 싫어하는 반면에, 앞만 보고 달리는 셜록은 본인이 망가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가끔 일이 없어 조금 한가한 날이면 좀이 쑤시고, 무료 함에 종일 졸림과 싸움도 해야 하니 도통 적응이 안 됩니다. 저 이야기입니다. MZ로부터는 욕먹을 일이지만 사무실에서의 적당한 일의 강도는 115프로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15프로 정도 초과하는 일만큼의 긴장감이 있어야 머리 회전이 팽팽 잘 돌아간다는 생각입니다. 이렇다 보니 매사 일을 찾아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림으로 루팡은 애당초 거리가 멀게 되었더랬죠. 셜록과, 뭐 저만 그럴까요.


근방을 잠깐 살펴보면 루팡보다는 참 셜록이 많이들 분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애석한 일이기도 합니다. 없는 일도 척척 만들어 내는 앞방 C 실장, 그 녀석은 일 만들기가 취미인 듯 나날이 수척해 가는 모양새가 안쓰럽습니다. L 은 하루도 빠짐없이 터지는 돌발과 막중한 일로 바쁩니다. 진짜 일이 강제로 많은 경우입니다. 일하다 죽을지 모른다 하여 쉬라 늘 걱정을 해도 타고난 일복과 중독에 묻혀 삽니다. Y는 자기 업그레이드 병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것저것 새로운 공부를 한다 난리입니다. 쉴 여가를 스스로 차 버립니다.


모든 일에 적정이란 중간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앞서지도 뒷 처지지도 않은 중간이 어렵긴 합니다. 어차피 세상은 소수의 훌륭한 사람의 역할이 필요할 뿐 모두 잘할 필요도 모두 못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루팡은 좀 더 열심히 하여 최소한 옆 직원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기본을 해야 하고 셜록은 일 강박감에 벗어나 즐거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중간만 하는 것이 참 힘든 게, 사는 거네요.


루팡도 셜록도 싫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가 제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