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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l 23. 2023

재미나는 일. 낚시, 사진, 전축

취미

남자들 세계에서 전설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취미로 발을 담그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 항목이 세 가지 있다는 것입니다.  낚시, 사진, 전축(오디오)이라 하는데 최근에는 골프가 추가되었다 합니다.


낚시는 가족과 함께하는 경우가 드물고 집 나가면 안 들어온다는 전설의 최악 취미 활동이라 합니다. 낚시에 비하면 골프는 해가지면 기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 조금 낫다 하긴 합니다. 낚시를 취미로 하면 주말에 가족을 버린다 하여 남은 사람을 주말과부라 하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낚시는 해보고 싶지만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렁이도 만지기 싫을뿐더러 살아있는 미끼에 낚시 바늘을 찌르는 것은 못 할 짓이더군요.


사진, 전축을 하지 말라고 말리는 이유는 그 세상에 발을 들이는 순간에 끊임없는 장비 기변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라 하겠지요. 하나 둘 장비를 사 모으게 되고, 급기야 나도 모르게 중고장터에 매복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바꿈질하다 보면 하늘보다 더더더 높이 올라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장비 가격에 0 숫자는 하나 뻬고 사모님들께 보고 한다 해서 모르겠습니까? 우리 인생이 불쌍해서 슬쩍 속아 넘어가 주는 척이죠. 사진기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이고, 전축은 음악을 듣기 위한 도구임에도 하다 보면 사진을 좋아하는지, 사진기를 좋아하는지 헷갈리기 일쑤이고, 음악을 좋아하는지 전축을 좋아하는지 정체성이 모호하게 됩니다.


취미란게 그러합니다. 40세 넘어 차장쯤 되면 직장에서 주특기 전공 공부를 더파야 먹고사는 경우는 조금 드문 경우 일 겁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 직업이라면 그 나이 때쯤은 정말 하고 싶었던 것,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만족의 대상이 정말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인간의 살아가는 기본 욕구의 추구는 재미 이겠지요. 고단하고 지친 삶에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취미 한 두 가지를 가져야 한다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살아가면서 한두 가지의 돌파구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른이 되어 노는데 필요한 장난감 가격이 특히 장비빨을 외치는 우리나라 환경에선 만만치 않습니다만 낚시 가는 횟수와 일수를 줄이고, 장비 가격에 어느 정도 한계치를 정해두고 선을 넘지 않고 타협하여 즐긴다면 취미란 환상적인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취미를 직업으로 하지 마세요. 직업이 되는 순간 즐겁게 되긴 아주 어렵습니다.


최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중 하나라 하는 진공관 전축을 덜컥 들이고 말았습니다. 선을 넘지 말아야겠다 다짐을 하고 자신과 타협을 시도하지만 주변에 펌프질 하는 악의 무리가 더러 있습니다. 고민하면 택배 배달일만 연기될 뿐이라 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따스한 진공관에서 나오는 소리에 매일 약해지는 마음을 위로받고 있습니다.


가끔 살아가는 중 좋아하는 것에 빠져 보는 것도 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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