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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05. 2019

가끔씩 하늘보다 땅을 보면 어떨까?

대기업 H사 선박건조 감독실에 근무하다  IMF 영향으로 더 이상 선박건조가 힘들어 짐에 따라 선원발령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직 초등 취학 전인 두 딸과 헤어지기 싫었고 고립된 해상생활도 그 다지 매력적이지 않아 급하게 나도 중소기업에서 보람을 찾아보자는 말도 안 되는 대의 명분에 2002년 월드컵을 불과 6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퇴사를 하고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했더랬다.


대기업의 보호 우산에서 튀어나와 하향된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한두 가지 아니었지만 제일 힘들었던 것이 연봉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대기업에 맞춰져 있던 생활양식과 소비형태를 낮춘다는 것은 생활의 위축과 쫀쫀함을 가져다주었고 참기 힘든 시간들이었다.




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인터넷 속도는 세계 일등이란 건 잘 알고 있다. 이유는 아마 국토는 좁은데 사람들이 수도권을 포함한  몇 지역에 폭발적으로 모여 살고 그나마 집합거주 단지에 모여 살다 보니 통신망 구축에 비용과 효율적인 측면에서 용이했을 것이다. 유럽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의 국가는 땅덩어리가 넓고 인구 밀집도가 낮다 보니 드문드문 몇 가구를 위해 통신선을 구축하려면 참 난감할 것이라 생각해본다.


남극과 북극에서  활동하는 아라온을 운영하다 보면 지리적 특성상 출장지가 뉴질랜드 남섬, 미국 알래스카로 일반인들이 좀처럼 가기 어려운 시골적 지역이 된다. 그러다보니 통신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불통이라 출장 중 보고서를 작성하여 전송해야 할 경우나 동영상을 돌리고자 할때 인내심을 시험해야 한다. 마우스 누른 후의 지루함에 열 받는다는 말이다.


출장지에서의 답답해 한 가슴을 부여잡고 아라온이나 장보고 기지에 들어가게 되면 열 받은 답답한 가슴은 한 술 더 진보하여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 된다. 아라온 통신속도가 1,024 kbps, 장보고 기지가 2,048 kbps로 천리안, 하이텔 수준인데다 체류 인원이 85명이 되면 톡 문자 하기도 버거워 남들이 잠들기까지 잠들지 않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고 그 마저 사진 한 장 보내기에도 제한을 받으니 인터넷 강국에서 온 대한민국 국민이 속 터지는 게 당연할 것이다. 더하여 우리 국민들의 성품이 급하고 집을 나와도 언제나 집에서와 동등한 편안함과 편리성을 원하다 보니 속 터지는 것보다 세상 뒤엎을 환경이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었다. 어느날 톡질을 못해 터질 마음을 갖고 살았던 곳 남극기지와 아라온을 떠나 뉴질랜드로 복귀하니 신기하게도 이때까지 울화통 터졌던 뉴질랜드의 통신 속도가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불평과 불만으로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환희로 바뀌었다.



살면서 좋은 것에, 고급진 것에 익숙해져 조금만 불편해도 참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살 았다면, 그냥 위쪽 고지만 보고 좌절하고 때로는 힘들었다면 가끔 천리안, 하이텔 시대로 돌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에서의 3개월 정도의 경험은 평생 살아가는 겸손의 잣대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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