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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06. 2019

No, Japan  부담

부산 출장이다. 인천의 매서운 겨울바람을 안고 부산행 ktx를 타면 매번 설렘 둘이 있다. 목적 역에 도착하여 첫 발을 플랫폼에 내 디딜 때 오는 짜릿한 낯섦의 느낌이 기대되고, 기온의 따스함에서 오는 상쾌함에 대한 설렘이다. 비릿한 바닷바람에 묻어오는 항구의 냄새와 수도권과 5도 이상의 기온차는 설렘의 성취에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다. 따스하다.


11년 동안 꾸준히 사용해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숙박은 토요코인으로 예약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할인 혜택이 있으면서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열 번이면 1박 무료 숙박권의 혜택도 있고, 무엇보다도 넉넉하지 않은 출장 숙박비로 갈 수 있는 곳이 모텔인데 모텔 가구에서 붐어 나오는 새집 냄새가 머리를 아프게 함으로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뿐더러 아침밥까지 무료로 제공해주니 방의 크기가 일본 형식으로 적은 것은 내게 문제가 되지 않아 부산 출장이 잦은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멀어지면서 이 호텔의 숙박이 고민꺼리가 되고 말았다. 과거역사야 한국인 여느 누구와 같이 밉지만 일본 특유의 깔끔함과 청결함이 좋아 가끔 갔던 일본 여행도 접은 지 오래되었고, 가급적 대안이 있는 경우 일제를 사용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다. 출장 전 부산 어디에 묵을 건지 상사가 물어보길래 이런저런 이유 들어 잠자리를 가리는 성격상 대안이 없어 이미 전번 출장부터 알고 있었지만 갈 수밖에 없다고 정당화했지만 찝찝한 마음은 결국 지우지 못했다. 오늘 아침 식사시간에 보니 역시 전번보다 눈에 띄게 식사인원이 보이지 않았다. 찔렸다. 승강기 안에서 만난 한국 사모님들에게 순간 왠지 비겁하게 일본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박에도 이렇게 신경이 가는 걸 보면 확실히 두 국가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이 내 생활에서도 의식, 무의식적으로 느껴지니 큰일이다.

관계 악화 이전에 구입한 일본차 몰기가 은근 눈치 보이고 출장 복명서 사용될 영수증에 "토요코인"이라고 찍힌 상호명이 매우 부담스럽다. 서로 상생의 길로 어서 빨리 회복되어야 할 텐데 두나라 감정의 골이 깊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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