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천에 빠지다
주말의 끝자락을 애타게 잡고 싶은 이른 오후, 사진친구 C분에게서 캐톡이다. 날 좋아 인천역 간다는 문자 후 후속 연락이 없다. 뻔하다. 오라는 말은 없어도 "여기 갈 테니 시간 되면 오시오"라는 신호다. 망설이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하여 냉큼 달려가기로 했다.
인천역에 도착, C분은 인천역에서 지할일 다하고는 자리를 옮겼다면서 북성포구로 오란다. 그냥 잠깐 기다리지 인천 지리도 서툿데 난감하게 만든다. 구글은 언제나 옳다. 최강 구글을 따라 10분 정도 걸었고 C분은 미안했는지 포구 입구까지 마중 나왔다. 흠짓, 오늘은 미세먼지 없는 날임에 더하여 하늘과 구름과 포구는 이쁘게 장관이다.
사진기를 거쳐온 시야에는 모든 게 보였다. 노란 그물, 오래된 녹슨 어선들, 공장굴뚝 그리고 하늘의 구름이다. 높은 기온과 다습에 범벅이 된 얼굴의 땀도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에 전혀 방해가 되진 못했다. 옷소매로 훔친 눈이 매우 따가웠음에도.
인천 하면 소래포구, 연안부두, 다소 생소한 북성포구
세상은 흥망성쇠길을 걷다 결국 사라지는 것. 그 쇠의 길 다다름에 이른 북성포구.
한두 집 남은 횟집만 덩그러니 골목 옛 영광의 흔적만 유지한 북성포구
여름, 소금땀 더위를 품고 있던 북성포구
한잔의 맥주가 소맥의 술자리로 변신시킨 요술을 보여주는 북성포구
해넘이, 잔잔한 바닷물 위, 반영된 북성포구
날이 저물고 물이 들어와 옛 전성기의 흥과 성을 그리워하고 망과 쇠의 흐름을 어찌할 수없다 아쉬워하여도 이른 저녁 옅은 낙조에 구름을 품은 포구는 아름다운 어느 날 저녁과 조화롭게 평온하였다.
늦은 주말, 인천과 포구 그리고 한잔의 소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