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이고 싶은 날에도 하이에나가 되었다
두 다리 다소곳 모으고 조수석에 앉아 아침 일찍 어디 모처로 가는 중이다. 중죄를 진 것도 아닐 텐데 다소곳이라니 주말 아침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어제는 주말을 앞둔 요일, Fire 금요일에 오랜만 낭만을 찾으려다 낭만은 고사하고 Water 금요일이 되어 버렸다. 부쩍 낭만을 찾을 나이가 되었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않다. 어쩌려고 그런지 모르겠다. (갱상도 말로 우짜라꼬라고 한다)
슬슬 가을이 오나 느낄 즈음, 남극에는 거꾸로 봄철로 접어들고 남극 시즌 준비에 돌입할 때가 되었다. 사람이 하는 일, 준비야 하면 될 거지만 남극 이란 게 이리저리 베베 꼬일 일이 많기에 해결 과정에서 여러 회사처럼 사람대 사람이 늘 문제다. 오늘이 드디어 그 사소한 일에서 언성 높아지기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그놈의 오지랖이 문제인 날이다. 본인 일도 못하면서 전형적인 남의 일을 걱정하는 걱정돌이 인생이 일으킨 문제이다. 본인 앞가림이나 잘해야 할 텐데, 오지랖 그만, 그런 다짐을 하는 슬픈 날이 되어 버렸다.
지난 3월 회사에서 약속한 일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소식이 들려온다. 늘 속으며 묵묵히 소만 키우지만 꼰대로 욕먹고 잠재적 갑질을 일으킬 요주의 세대로 찍혀 살다 보니 벌써 해가 저물어 버렸다.
탁구장 동생과 소주 한잔했다. 인생에 긍정적인 K군과 맥주 두병 소주 두 병을 깠다. 겨우 소주, 맥주 두 잔일 뿐이고 나머지는 언제나 그러하듯 K군의 목이다. 나와 준 자체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시답잖은 신변 잡기로 시작해, 골프로 가서, 아들, 딸을 거쳐 정년, 연금으로 마무리하려다 8, 90 된 부모님 걱정을 추가로 하였다. 뭐, 인생이 별거 있겠나 싶지만 늘 인생은 별거가 있다는 것을 새삼, 새사 확인해 본 자리다.
아침 일찍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두리번거리며 어제저녁 버린 차를 찾는다. 이럴 때면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지만 고양이가 아니고 그나마 하이에나라도 된 게 다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