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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라는 날

by 바다 김춘식

한 해를 정확히 7일 남겨둔 오는, 세상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라 했다. 사실은 모두가 알다시피 12월 25일은 특정 종교 지도자의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날이기에 비 신자로써는 일반 다른 휴일과 다르지 않은 날일 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신자들만의 기념일이 아니라 썸을 타거나 이미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 근사한 장소에서 쨍 소리나게 포도주 잔을 부딪히며 즐겨야만 하는 하루 저녁 밤이 되었다.


변질이 되었다고 비난할 생각 없다. 시대의 유행이라는 것은 여러 흐름이 복합적으로 엉켜 나오기에 풀 수도 없을뿐더러 푼다 노력해도 다분히 헛 힘만 뻴 것이 다분히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날이 좋은 점은 오늘을 핑계로 삼아 소모임을 구성해 술 한잔에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차마 평소에 연락하기 어려웠던 사람에게, 연락해보기 원했던 사람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란 인사말을 편하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그랬다. 모여 즐기며 마냥 웃을 수 있는 분 몇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소래포구에서 대방어 얇게 썰어, 막걸리 좋아하는 분은 막 걸리 한 사발, 소주가 당기는 분은 투명한 소주 한두 잔을 취하지 않을 만큼 입 안에 부어 넣었다.


따지자면 25일을 기념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잠시나마 남의 종교의 힘을 빈 "이브"라는 날에 사랑하고픈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 할 수 있는 24일은 좋은 날 임에 틀림이 없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25일을 기념하는 종교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동조하는 것이니까.


"메리 크리스마스 앤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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