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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15. 2019

남자도 꽃을 좋아합니다.

점점 "생일"보다 "생신"이라는 들리는 횟수가 해가 지날수록 더해집니다. 어감이 "생일"이라면 아직 젊은 세대가 연상되고 왠지 "생신"이라면 중년 이상의 나이 지긋이 있는 분들의 통칭하는 말로 여겨지니 말입니다. 케이크의 초 갯수가 늘어남에 습쓸해지고 "생신축하"라는 말에 적응되기 전인 지금으로써는 서운해지는 애매한 나이입니다.


생일이라는 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평범한 하루와 다르지 않을 것인데 의미를 부여하니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이번 생일에는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깜짝 놀란 파티와 아주 특별한 선물로 기억되는 생일이었습니다.


사실 사무실에는 생파를 못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는 하고 안 하고 할 수 없으며, 한 번이면 즐거울 파티가 의무가 되면 누구든 부담이 되고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 놀랄 생일 파티는 긴장만 넘치는 사무실에서 잠깐 쉬어가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선물이란 생화 다발이었습니다. 친한 분에게 다른 선물을 백만금을 줘도 싫고 꽃다발을 받고 싶다고 강제로 압력을 넣어 받은 것입니다. 엄마가 생선 대가리, 꼬리만 매번 드신다고 자식들이 엄마는 그 부위만 좋아하시는 줄 알고 매번 꼬리와 대가리만 엄마 상에 올리고 본인들만 몸통을 먹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랬습니다. 저는 평생 생화 다발을 생일에 받아 보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생화 다발을 좋아한다 말을 못 했습니다. 연애시절부터 결혼 시절까지 꽃다발은 대부분 여자들만 받아야 하는 것이었죠. 여자 친구에게 장미 백송이를 보냈다는 자랑과 남자 친구로부터 장미 백송이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때까지 나는 꽃다발을 남들이 알아서 챙겨 주기만 바랬는데 말을 하지 않으니 아무도 알지를 못하더라고요.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여자는 꽃다발보다는 현금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요. 남자가 여자보다 더 꽃다발 받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요. 남자도 꽃다발을 아주 좋아합니다. 하얀 안개꽃으로 감싸진 장미꽃에서 퍼져 나오는 향기가 좋고, 백합의 넓은 꽃잎이 이쁘고, 싱싱한 이파리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좋습니다.


이번 생일에 처음으로 받아 보는 생화의 꽃다발 아름이 아름다워 꽃잎 하나 꽃봉오리 하나 두울 시들어 가는 그 날까지 매일 행복한 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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