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1년 6개월 전에 우리 회사, 우리 실에 인턴으로 4개월 근무한 학생이 있습니다. 아 지금은 학생이 아니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지요. 인턴 후 꾸준히 연락을 해왔고 몇 주 전 오늘 점심을 같아 하고자 연락이 왔습니다. 학생에서 직장인이 되었으니 노력한 만큼의 월급으로 의미 있는 식사 한 끼를 대접하겠다는 뜻이었겠지요.
장대비에 대중교통편이 지연되어 약속을 지킨다 택시를 타고 왔다 하며 미안해하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머쓱 해졌습니다. 비 오는 날에 손이 무겁다는 것이 귀찮을 법한데 한 손엔 꽃과 책을, 다른 한 손에는 달달한 도넛 두통이 들려 있습니다. 꽃은 이전 바다의 날 포상 축하의 의미로, 책은 추리물 좋아한다 골랐다 하네요. 도넛은 우리 실 직원용이라 챙겼다 하니 마음이 참 곱습니다. 뭐 이럴 때는 감동을 받을 만하겠지요.
옆 부서에서는 오래전 인턴이 찾아왔다 하니까 그런 인성이 어딨냐고 폭풍 칭찬을 해줍니다. 그러죠. 단지 인턴 4개월에 다시 찾아온다는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잘해 준 기억도 없는데 말입니다.
한강 유람선 승무원으로 1년 정도 일할 것이라 하네요. 해양대학 나와 타는 배로써는 어쩌면 모양새가 나지 않겠지만 잠깐의 경력을 쌓을 거라 씩씩하게 말합니다. 1년 후에 진로에 대하여 그때 생각한다 합니다. 젊어 이쁜 게 아니라 무한한 가능 미래가 있어 이쁘게 보이는 거겠지요.
밥은 우리가 쏘았습니다. 사회 초년병에게 아무래도 대접받는 것이 마음이 편할 순 없잖아요. 아직 우리 꼰대 나이는 받는 것보다 베푸는 게 훨씬 좋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의 인연이라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서 서로 소중한 사람이 되는 가 봅니다. 오늘부터 그 녀석에게 받은 감동을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 돌려줄지 늘 기분 좋은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보람이 있는 날이 오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