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좋은인연

회사 인연, 퇴사하면 끝일까?

아니다

by 바다 김춘식

P는 지난겨울에 부탁을 해왔었다. 봄이 되면 파3 골프장 한번 데려다 주라는 거다. 실내에서 연습한 것을 실전 경험을 해보고 싶다 했다.


막상 봄이 되자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이 들렸고 또한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쁜지 연락이 없었다. P는 체격이 작고 체력도 약하게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 실제로 보이는 것처럼 동정심을 일으키게 한다. 피차 미루다 모처럼 시간의 여유가 있어 송도유원지에 있는 골프장에 예약을 했다. 일기예보는 비였지만 7월의 더위에 차라리 쨍한 습도 더위보다 비 오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P는 지금 이태리 회사 재무부서(Financing dept)에 근무한다. 서로 알게 된 것도 약 20여 년 전 젊은 나이에 운 좋게 부장이 되었고 그때 보직자 회의에서 발표자료 숫자라도 보려면 재무, 회계에 대한 지식이 필요 한때(기술자라 재무에 무식)라 재무팀 직원에게 특별히 사교육을 부탁했는데 선택된 직원이 P였고 불쌍하게 보였는지 친절하게 기대이상 잘 알려 주었다. 그렇게 좋은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회사에서 친하게 지내다 P는 결혼과 함께 퇴직을 하고, 중국에 잠깐 살다 부산 영도에 정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그즈음에 광양에서 인천으로 직장을 따라 올라왔다. 인연이 될는지 여러 SNS 덕에 연락의 끈이 끊어 질듯 말듯하면서도 꾸준히 이어졌고, P는 어느 때 큰 병이 왔다는 소식도 들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2022년에 P는 느닷없이 남편이 직장을 옮겼다 김포부근으로 이사를 한다는 소식을 알려왔고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인천 가까이로 온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이 순탄하지 않게 보이는 P는 똑똑한 재원이었다. 번득이는 재무통에 영어도 잘하고 일은 똑 부러지게 한다. 역마살을 가지고 있으며 여행을 좋아하여 해외에 대한 꿈이 컸고 준비도 많이 했었다. 반면에 남편은 조금 달랐다. 그 다름이 P가 세상 풍파에 시달리다 세상의 날개를 펴지 못한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P는 파3에도 불구, 더위에 체력이 달린다 하여 전반 8홀만 돌았다. 왕초보와 골프를 하면 신경을 써야 한다. 긴장을 풀어 줘야 하고, 예절을 알려 줘야 하고 행여나 타구 사고가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비거리 30cm에 짧은 시간 서로 웃다 웃다 무사히 마쳤다. P는 좋은 경험 했다 싱글벙글 고맙다 했다. 첫 골프장 나들이라 세상의 법칙대로 비용은 내가 냈고 밥은 P가 냈다.


운동을 마치고 잠깐의 시간에 서로의 가족과 직장에 관한 미래의 희망과 걱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가까이 있어도 일 년에 한 번, 두 번 볼까 말까 하는 인연에 어쩌면 서로 많은 일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편한 대화가 가능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말미에 아직 늦지 않은 P의 꿈을 찾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또 오늘 이후 언제 다시 만나 감추어둔 속내를 꺼낼지 모른다. 회사에서 만난 인연은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에 스친 인연으로 끊어진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회사에 다녔다는 공통분모로 세월의 흐름에 세상이 2번 변했을지라도 아주 가끔 속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


P가 꿈을 따라 높은 곳으로 다시 달려가기를 원하며 꿈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소중한 인연의 한 사람으로 응원이 지속되기를 희망해 본다. 가끔 회사 사람도 마음이 진심이면 좋은 인연을 이어 갈 수 있지 않을까.


감사선물로 받은 춘식이 티 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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