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Feb 05. 2020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손가락에 조금 깊은 상처가 낫다. 출혈이 제법 많았고 치료 중에도 고통을 참아야 하는 과정들이 있었기에 상처가 아무는 한 달 동안은 꽤나 괴로웠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성격이 급하고 불같은 편이며 사람을 다그치는 능력이 꽤 뛰어난 Y군을 만나면 유달리 예상치 못한 어이없는 일이 종종 발생함으로 그때마다 슬쩍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출장 중인 그날도 예전에 그랬듯이 가방 마지막 칸에 연필, 칫솔과 면도기 등 집 떠나면 필요한 간편한 세면도구를 넣어 두었다. 올 겨울날 씨중 그 날이 매우 추웠음에 Y군이 핫 팩을 달라기에 급한 성격에 덜컥 서둘러야겠다 싶어 오른손으로 가방 끝을 잡고 왼손으로 가방 깊숙이 핫 팩을 찾다 손을 가방에서 뻬는 순간에 연필꽂이에 꽂혀 있던 면도칼에 왼손 검지 끝의 피부가 순식간에 깊이 파이고 말았다.
 
시각으로 보이는 것보다 상처가 깊었던지 붉은 피가 끊임없이 솟아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 가벼운 치료를 받았지만 그다음 날 병원 두 곳에서 추가로 치료를 받았음에도 지혈이 되지 않아 사고 3일 만에 피부를 꿰매는 간단한 수술을 받고 말았다. 마취 액을 주사하는 바늘이 손가락 끝 깊숙이 살을 파고들 때 얼마나 아픈지 부들부들 오른손으로 의자를 붙잡고 어금니를 깨물었다.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 상처는 10일 동안 진통제에 의지해 통증을 참아야 하는 고통 외에 이때까지 너무나 당연했던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뭐니 해도 아픔에 매일 잠을 뒤척이었던 게 제일 힘들었고 그다음이 컴퓨터 자판을 독수리 타법으로 쳐야 하므로 급한 문서 작업에 손이 따라갈 수 없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하찮은 손가락 상처 하나로 샤워, 운동, 운전, 옷 갈아입기, 밥 먹기, 화장실 가기, 화장품 바르기 등 사소한 생활 하나하나의 불편함에 화가 치밀고 예민하게 되었다.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돈이 제일 중요하고, 그것이면 행복하고 못할 일도 없다 생각했지만 막상 작은 상처를 입은 채로 며칠을 살아보니 건강하고 아프지 않은 것에 대한 행복의 의미가 소중하게 다가왔다. 아프면   있는 것도 없을뿐더러 하고 싶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화장실 전후의 마음이 쉽게 변하듯 상처가 회복되어 새살이 돋을 즈음 여전히 상처 이 전처럼 세상일에 매달려 물질을 쫓을 수밖에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매사 조심하는 행동이 필요하며, 꾸준한 몸 관리는 필수로 챙겨야 하는 숙제임을 모두가 알면 좋겠다. 숙제란 아니하면 혼나는 것이고 아프다는 것은 의미를 두어야 할 삶이 고통으로 변화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배(Vessel) 이야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