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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pr 08. 2020

배 이야기 5

1/n

배 생활하는 선원이 고용계약에 의해 매달 지급받는 급여 외에 부수입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가끔씩 있었다.  배에 적재되는 화물의 종류가 바뀜으로 화물창을 청소한다거나 고박장치의 횟수 등 적재화물에 연관된 작업을 시행한 대가로 수당을 받는 것이고, 가끔 선주나 화주가 안전하게 배를 목적지까지 운항하여 주는 선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으로 금일봉 비스무리하게 감사비를 챙겨 주는 것이다. 수당은 통장으로 입금되는 급여와 달리 배에서 현금으로 수령되기 때문에 가끔 항구에 정박하게 되면 고단한 항해에 지친 선원들이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결코 수당이 그리 큰 금액도 아니었고 감사의 표시로 지급되는 금액이었기에 선원들은 부수입이 주는 즐거움이 있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분열을 조장하는 작은불씨로 대부분 기억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정적 결과를 있게한 이유는 아마 각자 처한 본인의 상황에 기여한 공로가 남들보다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 욕심 때문인 것이다. 갑판부와 기관부, 사관과 부원 및 직책의 높낮이 등에 대한 이견 들로 화물창 청소를 위해서 실제 청소를 담당하는 갑판부의 공헌과 펌프 등 각종 기계적 지원을 하는 기관부의 알력 싸움부터, 청소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사관과 부원들의 반목과 의견 대립들이 있었다.



배의 고립성, 위험성에 인내하는 선원들의 사기고취 목적으로 지급되었던 수당이 본래의 취지와 달리 지속적으로 문제점들이 발생하자 보완책으로 누구에게도 가중치를 반영하지 않고 1/n로 동등하게 배분하게 하는 조치였고 당시의 불만들은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처럼 보였다. 그 이후 다시금 일의 중요도나 개인 능력에 가중치 적용에 대한 요구들이 끊임없이 있어 왔으므로 골치 아파했던 회사 들은  수당을 정액급으로 급여에 포함시키는 방법 등을 활용하여 점차적으로 폐지하기에 이르렀고 요즈음은 가끔 화물운송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선주 또는 화주가 주는 격려수당으로 명맥을 유지되고 있으며, 이 또한 1/n을 대부분 적용하던지 문화 오락비 등 공동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투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를 받을 수 있어도 배식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웃을 일만은 아닐 것이다. 소수까지도 만족할 수 있는 적합한 배분의 방식을 찾아내고 적용하는 것이야 말로 세상을 편하게 하는 이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주는 입장에서의 선심에 원치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받는 사람들의 과한 욕심과 모두가 만족 못하는 배분이 있겠다 생각되지만 받는 사람은 없던 거 생겼으니 고맙게 생각하고, 배분하는 지도층은 좀 더 공정한 방법을 찾아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나은 세상살이가 보일 텐데 그러기에는 우리가 속이 많이 좁아서 일 거다.


베풀고 욕먹을 거라면 차라리 안 주고 욕 안 먹는 길을 택하는 최악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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