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글 선생님

by 철용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입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고등학교 몇 학년 때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국어 선생님께서 최고의 명문장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송하신 이효석 님의 메밀꽃필 무렵 내용 중 일부이다, 그때는 단순히 은유와 비유법같이 문법적인 곳에만(맞는지 모르겠지만..) 관심을 두어서인지 별달리 감흥이라는 게 없었다. 솔직히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셨지만 당최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라니... 글이라는 걸 써보겠다고 결심하고, 잘 써보겠다고 마음먹고, 좋은 글이라는 걸 쓰려고 노력해보려는 지금 나는 몹시 후회가 된다. 그때, 조금이라도 마음과 머릿속 어딘가가 말랑말랑했을 때 많은 책을 읽어보지 않았음을.. 시간이 날 때마다 책 대신 술로 채워놨던 젊은 시절 나의 모습이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

간결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글을 써보고자 하였지만, 멋진 글에 대한 욕심은 가시지가 않는다. 나름대로 한껏 형용사와 부사를 앞뒤로 써가며 꾸며 보지만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유일한 팬(아내)의 질타와 나조차도 유치하게 느껴지는 글에 부끄러웠다.

나의 글 선생으로 정한 책이 있다. 뭐 워낙 유명하신 분의 책이라 밝혀도 상관은 없겠지만 일단은 감춰두기로 한다, 그 책에서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책이 있다, 박경리 님의 ‘토지’이다. 많은 분들의 책장 어딘가에 몇 권씩은 꽂혀있는 그 책, 물론 나도 읽어보겠다고 몇 권인가 산적이 있지만 이내 어디에 있는지 기억조차 못하게 돼버린 비련의 책이다. 책선 생이 소개해준 일부 문장만 봐도 세상에.. 어찌 이런 단어가.. 이런 문장이.. 이런 글이... 이런 감성이... 잠시의 감탄을 뒤로한 채 토지의 문장이라고 검색을 해보자마자 많은 찬사의 글과 후회의 글이 검색된다, 그리고 그 문장은 내가 읽고 있는 글이 한국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단어와 글이 쏟아진다. 어린 시절 영어공부를 할 때 아버지께서는 항상 “한국말이든 미국 말이든 우리가 쓰는 단어는 얼마 안 된다.” 지금 이 말씀이 왜 이리 아프게 기억되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한국어 실력은 어떻게 될까...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책이다.(그렇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토지라는 녀석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감히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위압감을 뿜으며 내 앞에 당당히 서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본 것처럼 주눅 들어 버렸다.

나의 책선 생은 단어, 문장 공부에 토지만 한 책이 없다고 한다. 내가 그분들의 그것을 발끝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문장 한 문장씩이라도 필사해보고자 한다. 조금씩이라도 내가 쓸 수 있는 아름다운 단어가 늘기를 바라면서..


글을 써보려고 다짐을 하였다. 처음에는 그냥 써 내려갔다. 여행지의 감정, 이동하면서 느꼈던 감정 등, 쓰기만 하면 글이 되는 줄 알았다. 이렇게 몇 개의 글을 쓰고 보니, 나의 글에 안 좋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한계에 부딪힌다. 한동안은 글을 쓸 수 없었다. 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고,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스스로 선생님을 찾게 되고 다양한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다. 책들이 이끌어준 대로 써보기로 마음먹으며 나의 글쓰기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아름다운 글에 대한 욕심은 마음속에 잠시 두고 일단 간결한 문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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