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기계 이야기

by 철용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잘못된 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그 순간에 수정을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상황이 어느 정도 지나갔을 때 수정을 하는 것이 좋을까? 둘 중에 어떤 생각이 정답이라고 꼭 집어서 말할 순 없지만 만약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나는 상황이 좀 지나간 후에 되짚어보는 게 어떨까 한다.(그렇다고 너무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면 안 될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많은 잘못된 상황에 맞닥뜨려보고 애써 해결하려 전전긍긍해보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려보내기도 해 봤다. 그중에 좋게 해결된 것도 있고, 신경 쓴 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것도 있다.


기계를 작동시키다 보면 아무런 문제(외적 요인이든, 내적 요인이든) 없이 끝까지 돌아가 보자 하며, 어느 순간 그놈과 대화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물론 늘 희망사항으로 끝나지만..)

그렇지만 불순물이 묻어 나오든, 좌우 균형이 안 맞든 늘 자그마한 문제부터 어처구니없는 문제까지 다양하게 발생하고 마는 것이 기계라는 놈인 듯하다.

이런 문제들이 닥쳤을 때 정말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수정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일단 돌려놓고 이 공정이 끝나고 다음 공정에서 살펴봐야 하나?

몇 번은 바로 수정을 하려고 달려들었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불순물을 닦아내야 한다, 그렇지만 숙련공이 아닌 이상 이 불순물을 완전히 닦아낼 수는 없다. 오히려 주변의 멀쩡한 곳까지 오염시켜버리며 더 큰 문제로 확장시킬 뿐이다. 또한 위험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노릇이다.


한 번은 굳이 지금 수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은 불순물이 튀어 원단으로 말려들어갈 뻔한 상황이 발생했다. 애써 수정하려 하지 않고 빨간 테이프를 붙여 표시를 한 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그다음 일에 다시 집중하며 작업을 마쳤다. 표시가 되어 있으니 다음 공정에서 해결해보자 하는 심산이었다. 다음 공정에서 빨간 테이프 표시를 찾아냈고 그 부분을 잘라냄으로써 깨끗하게 해결하였다. 이 공정에서도 못 찾았으면 다음 공정에서 찾기 위해 다시 한번 살펴보면 될 일이다. 바로 수정을 했으면 더 깔끔했겠지만 그리 할 자신이 없었다. 서두르다가 다른 문제를 만들어냈을 수도 있다.


어떻게든 해결은 된다.

지금 당장 내가 이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나에게 큰 문제나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더 이상한 문제로 발전시켜버릴 수도 있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해결하지 못한 상황을 마음에 담아두며 심적으로도 스스로를 괴롭힐 수 있다.

한 번만 쉬어서, 한걸음만 물러서서 문제를 살펴보자.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 다음이 아니면 그다음에 적어도 두 번의 해결할 기회는 주어지는 것 같다.(이런저런 경험상...)

성격이 극심히 소심하여서인지, 바로 해결이 안 되면 마음속에 머릿속에 계속 담아두는 경향이 있다. 얼굴빛도 변한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만큼 표시가 나게 고민한다. 초보 공장 직원으로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문제들이다. 어느 때인가 부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 너무 고민하지 마라, 어떻게든 해결은 된다. ”

그때부터였는지 나는 작은 문제들에 크게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단, 반드시 그 문제들에는 표시를 해둔다. 다음 공정에서 내가 해결할 수 있으면 하고, 반대로 못한다면 부장님의 손을 빌려 해결해 나가고 있다. (실수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바로 부장님께 달려가 상황을 보고하고 진행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반드시 표시하고, 기억하고 다음 공정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표시하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은 문제에 대한 방관이다. 한 번쯤은 삶에 이 경험으로 깨우친 생각을 적용시켜보려 한다.


실수에 대한 인정은 바로 지금! 문제는 한숨 쉬어가기!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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