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아내가 좋아하는 스타** 카페에서 커피를 사 먹곤 한다. 한창 일할 때는 차이 티 라떼라는 희한한 음료에 빠져 샷을 추가해서 마시곤 했는데 요즘에는 아메리카노만 마셔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 커피나 음료를 별로 마시질 않는다. 물론 직업이 바뀌어 믹스커피로 대체되긴 하였지만 굳이 업무상으로는 카페를 방문할 일은 없다.
여유,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 가벼운 옷차림에 음료와 함께 책이나 노트북을 펼쳐놓고 독서와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없는 부러움이 용솟음쳤다. 치열한 삶을 보내고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독서나 여유를 즐 길터인데 그들의 속일 은 모른 채하며 지금의 저 겉모습이 너무나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욕심이 났다. 마치 유럽 어느 나라의 카페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꼭 한번 해보리라..
대체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거나, 공부하는 모습이 뭐라고, 그걸 부러워한단 말인가. 나는 카페에서 30분 정도만 있으면 온몸에 좀이 쑤시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업무상 미팅도 1시간 이상 있어보질 못한 것 같다.(차라리 술집이었으면..) 하물며 아내와의 데이트는 어찌했으랴.. 음료를 다 마시고 나면 대화보다는 어서 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둘러싸인다. 아내에게도, 또는 직장 동료에게도, 눈치 아닌 눈치를 주어 금방 나가곤 했다. 음료를 다 마셨는데, 왜 여기에 이렇게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지? 왜 그리 타인의 눈빛이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내 마음이 이렇게 여유가 없었나 싶다. 대화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여유를 가지며 쉼을 가질 수 있는데 말이다.
지금 나는 집 근처의 대형 쇼핑몰(스타**)의 꼭대기 카페에서 앞쪽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바깥세상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옆에는 아내가 공방에 관련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고, 다양한 메이커의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쓰는 사람, 영화를 보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고풍스러운 모자를 쓰고 책을 보며 우아하게 커피를 드시는 노부인, 데이트하는 듯 한 커플,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일들을 보며 한껏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저 생각만 하고,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만 몇 년을 가졌을까? 막상 해보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인데, 주말이면 전날에 마신 숙취의 여파로 끙끙 앓고 있거나, 소파에 누워 티브이 채널 싸움을 벌이거나, 빈둥빈둥거리고 있을 시간인 12시를 살짝 넘어가는 지금 이 시간, 나는 아내의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이 글을 쓰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고, 나의 시간을 돌아본다. 알 수 없는 뿌듯함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 같고, 알차게 보내는 것 같다.(예전에는 어땠는지...)
아내에게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핑계로 달콤한 케이크와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주문해달라고 조르고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잠든 뇌를 깨우고, 못된 미세먼지가 가득한 뿌연 하늘이 창밖에 펼쳐져 보이는 카페에서 나만의 사치를 부려보고 있다. 지금 이 시간만큼은 온전하게 나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가만히 있어도 아내(혹은..)와 대화할 수 있고,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카페에서 한껏 여유를 부려보시기를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