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이야기

첫 만남

by 철용

10월의 어느 날, 공장에서 처음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라는 큰 전염병으로 인해 나의 모든 것이 바뀌고, 무너져가고 있을 무렵이다. 십몇년간 해온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앞으로의 삶이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무작정 기다려볼까? 과연 기다린다고 잘될 수 있을까? 그럼 다른 삶으로 변화를 해야 할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

끝도 없는 소모적인 고민의 연속이었고, 어느 날 손을 내어준 후배의 배려로 이곳 파주 광탄의 한 공장으로 오게 되었다.

논과 밭과 공장들이 섞여있고, 멋진 외제차와 각종 트럭, 트레일러들이 엇갈리듯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는 길을 따라가면 너른 주차장과 2개의 공장동이 있는 내가 일할 장소가 나온다.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몇 걸음마다 타인의 어깨와 부딪힐까 조심해야 하는 종로거리, 비슷한 검은색, 회색 양복을 입고, 숱하게 돌아다니던 서울의 중심거리에서 이곳 파주 광탄의 한적한 장소의 바쁜 공장에서 일을 하려 하니 걱정과 약간의 후회와 어떤 괴리감이 느껴진다.

새로운 곳에서 일을 한다는 설렘보다는 알 수 없는 찝찝한 기분으로 일을 시작한다. 뭔가 일은 간단해 보이지만 끝도 없이 움직여야 하고, 안 쓰던 근육들을 씀으로써 온몸이 통증으로 괴롭다. 부족한 힘으로 무거운 덩어리들과 사투를 벌인다.

육체가 힘들어지면서 마음도 점점 지쳐간다. 한국어를 잘하는 것 같지만 알아듣기에는 힘든 미얀마 친구들에게서 일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나의 마음을 더욱 피곤하게 한다.


끊었던 담배를 피우고 싶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의 삶 속에서도 2년간 입도 안 데었던 담배인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한 며칠간의 삶 동안 몸과 마음이 그것을 이토록 강렬하게 찾기 시작했다.


며칠간의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잘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는 했다고 생각했다. 8시 30분부터 오후 6~7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앉은 기억도 없이 기계의 끝에서 끝까지 부지런히 움직였다. 미얀마 친구의 일을 어깨너머라도 배우기 위해 계속 쫓아다녔고, 다른 미얀마 친구가 하는 일을 도와주기 위해 다양한 크기의 포장용 상자를 접어 만들어 주었다. 상자에 테이프를 붙여 완성품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도 내손과 손목과 허리를 아프게 할 수 있는 작업일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노력들은 후배의 눈에는 부족해 보였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한소리를 듣고 말았다

억울한 마음과 약간은 분한 마음이 솟구쳐 올라 담배를 한 대 빌려 공장 옆을 흐르고 있는 개천가에 가만히 서서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는 담배를 바라보고만 있다. 차마 입에 데지도 못하고...


‘ 하... 이 일은 나와 맞지 않는 건가.... 나는 이렇게도 못하는 놈이었단 말인가..... ’

자책하고 있을 때 며칠 동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고양이 3마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대장처럼 보이는, 다른 두 마리보다 약간 덩치가 있는 한 마리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 나비이야기 -


‘ ㅎㅎ 왔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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