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처음 한 번이 어렵지 일단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이 녀석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일까?
한번 담장을 넘어오더니 이 녀석들의 동태가 심상치가 않다. 주차장에서 노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때마다 우리 나비들이 경계심을 보이며, 마치 단체 사냥을 하듯 잔뜩 엎드린 채 살금살금 녀석들에게 다가가 경고의 소리를 낸다. 이 녀석들은 아직 어린 녀석들이라 그런지 세상 천진난만하게 놀다가 그제야 조금 떨어진 자동차 밑으로 기어들어가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비록 옆집 고양이들이긴 하지만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야옹이들과는 뭔가 틀린 점이 있다. 한쪽은 약간 어둡고, 거친 녀석들이라면 다른 쪽은 밝고 명랑하다. 눈치채셨겠지만 어두운 쪽이 우리 고양이들이다. 다들 힘든 길거리 생활을 경험해서인지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본다. 매일 사료며, 간식이며 사다 바쳐드려도 아직까지도 눈치를 심하게 본다. 반면 옆집 녀석들은 애완묘들이라 그런지 부르면 오고, 간식이나 사료를 몇 알 주면 아주 귀여운 애교를 보여준다.
두 고양이 집단을 보는 사람들의 눈이 틀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옆집 슈퍼마켓의 가족이 이 고양이들을 찾으러 오고 그때마다 뭐라 교육을 시켰는지 한동안 이 녀석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날 잔뜩 비루먹은 고양이 한 마리가 주차장 입구에서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다. 낯이 익은 녀석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우리 고양이들은 한쪽 귀퉁이에서 이 녀석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성준씨가 사료와 물을 조금 주자마자 허겁지겁 먹고, 이내 감사의 표시인지 성준씨의 다리에 몸을 비벼댄다.
무슨 일일까? 이 녀석의 가족이 있는데 왜 여기에 홀로 앉아있는 걸까? 마치 쫓겨난 것처럼 온몸에 마른풀을 뒤집어쓰고, 바짝 말라있다. 주차장 한쪽 구석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에 이 녀석은 매일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안쓰러운 마음에 먹을 것을 챙겨준다.
혹시 이 상황은.... 망명?
우리 고양이녀석들은 이런 상황이 아직은 안 내키는지 연신 소리를 내며 응시하고 있다. 다만 경고의 소리인지.. 위로의 소리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
- 나비이야기 -
이 어린놈들에게 매일 날카로운 울음으로 경고를 주기도 했고, 공격 자세를 취하며 무서움을 주기도 해 보았지만, 눈치 없는 어린놈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해맑게 다가오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 놈들은 저놈들의 의미 없는 몸짓에 정신을 팔리고, 음식을 갖다 주는구먼.. 무슨 수를 내야 하는 고민 속에 빠져있을 무렵에 갑자기 이 녀석들이 보이 지를 않는다. 흐흐흐흐 드디어 눈치를 채셨구먼 그래 남의 땅에는 함부로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겠지..
자꾸 신경이 쓰인다. 저 불쌍한 모습이 마치 우리 누렁이녀석처럼 집에서 쫓겨난 것일까? 분명 옆집 녀석인데 왜 저 녀석만 이리 불쌍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려 하는 걸까? 혹시 우리의 가족이 되기를 원하는 걸까? 저리 허겁지겁 사료와 물을 먹는 걸 보니 한참을 굶은 듯한데... 주인놈이 너에게만 밥을 주지 않았던 거니? 왜 이리 온몸에 잡풀을 많이 붙이고 있니? 혹시 밤새 집에도 못 가고 저 마른풀 속에서 추위에 떨며 날이 밝기를, 인간들이 나타나기를, 우리가 보이기를 기다린 거니?
눈치를 주지 않을테니 편하게 밥 먹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