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이야기

침입자

by 철용

우리 나비들과는 확연히 다른 크기인 것을 보니 수놈들이 분명하다. 암컷들만 있어서인지 사료나 기타 음식들을 많이 줘서인지 난데없이 수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행여나 우리 고양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보는데로 쫓아내고 있지만 일을 하면서 감시를 병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 날 성준씨가 급한 목소리로 이쪽으로 찾아왔다. 시꺼먼 수놈이 우리 나비를 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자기 딸이 해코지를 당한 것 마냥 부장님과 후배 그리고 나는 각기 연장을 하나씩 들고 쫓아나갔다. 이미 수놈은 눈치채고 옆쪽의 수풀로 숨어버렸지만 우리 네 명은 그곳을 향해 온갖 욕설과 돌멩이 세례를 퍼부었다. 어떻게든 이곳에 오면 ‘혼날 수 있겠구나’ 하고 겁을 주기 위해서다. (진짜로 맞아서 안 왔으면 좋겠다.)


시꺼먼 놈이 안 보이나 싶었는데 이번엔 누런 놈이 우리 고양이들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지난번 침입자를 경험해봐서인지 우리는 이미 곳곳에 작은 돌멩이들을 준비해 놓았다. 마치 탄약고처럼.. 때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우리 네 명은 누런 수놈을 보자마자 누가 먼저랄것도없이 돌멩이 세례를 퍼부었다. 역시나 날쌘 놈을 맞추기는 어려웠으며 겁을 주기에는 충분했고, 나름의 성과를 거둔 듯하였다.


이것이 딸내미를 둔 아버지의 마음인 건가. 옆집 고양이들 때와는 다른 이상한 경계심이 들기 시작했다.(수놈이라니......)

후배는 조금 더 신경이 쓰였는지 새총을 구해왔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노란 고무줄이 아닌 좀 무언가 살상력이 있어 보이는 살벌한 무기류 같았다. 총알 역할을 하는 쇠구슬과 함께 이놈들이 자주 보이는 곳에 비치해 두었다.


워낙에 날쌘놈들이고, 보이자마자 쫓아내기에 급해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다음번엔 꼭 찍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지만 그 후로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놈들의 침입이 큰 슬픔의 시초가 될 일이었는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 나비이야기 -

언제부터인가 이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어시 그들을 이끄는지 모를 일이었지만 이 녀석들을 쫓아내기에는 우리들의 힘이 부족하기만 하다.

우리를 괴롭히고, 물어뜯는 이들을 피해 이리저리 숨어 다니는 것도 지쳐가고, 인간들의 도움이 간절해졌다.

다행히 우리들에게 관심이 조금 더 많은 성준씨의 눈치 때문에 인간들의 도움이 시작되었다. 돌을 던지기도 하고, 욕설을 퍼부어 겁을 주어 쫒아내 주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