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이야기

축복과 슬픔

by 철용

수놈들의 침입이 멈추고 시간이 흘렀다. 평화롭고 따사로운 햇살이 오후를 가득 메우는 날이 많아지고 봄의 설렘을 자주 느끼게 되는 5월의 어느 날부터 이놈들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 것 같다. 단순하게 그저 우리들이 너무 잘해주고, 간식과 사료를 많이 줬기 때문에 비만 고양이들이 되어 가는 거라 생각했다. 배가 불러서인지 요즘 들어 쥐도 별로 안 잡고 좀 게을러진 것 같다.

사료를 좀 줄여야겠다...


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고양이들을 향한 관심이 바쁘다는 이유로 적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성진씨의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려와 다 같이 재고창고 쪽으로 뛰어갔다. 성진씨는 무언가를 쫓아가고 있었고, 우리들은 기쁨인지, 슬픔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전부 다인지 모르는 감정으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작은 생명들이 있었다. 두 생명은 멈춰있었고, 한 생명은 살해당했고, 한 생명은 꼬물 거리고 있었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부장님이다. 먼저 작은 상자를 만들고 방한 부직포를 넣어주어 따뜻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새끼에게 사람의 손이 타면 안 된다는 말씀에 비닐장갑을 끼고 새끼를 살짝 넣어놓고 상자를 재고창고 한쪽 귀퉁이에 두었다.

이 모든 상황을 한걸음 옆에서 나비는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성진씨 말에 의하면 커다랗고 누런 고양이가 새끼를 물어 죽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설마... 침입자 중 한 마리였던 그놈.. 그 새끼..

후배는 어떻게든 찾아 응징하겠다는 생각인지 주변의 수풀을 새총과 돌멩이를 들고 막대기로 수풀을 휘저으며 수색을 한다.

부장님은 작은 새끼와 함께 상자에 들어가 있는 나비를 향해 수고했다고 하며 우유에 사료를 부어 마치 산모가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것처럼 옆에 두어 먹게 해 준다.

나와 성준씨는 식어버린 세 마리의 생명을 공장 옆 수풀 숲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마음속으로 작은 기도를 읊조렸다. “부디 다음에는 사람의 생명으로... ”


한낮의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새끼와 나비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산후조리식을 챙겨주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내일은 조금 더 커버린 꼬물이를 생각하며..


아니 왜... 왜... 왜.... 차갑게 굳어있는 거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부장님은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작은 가슴을 손가락으로 살짝살짝 눌러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나비는 그저 주변을 맴돌며 야옹야옹 소리를 내고 있다. 마치 살려달라는 울부짖음 같다.


새 생명이 솟아나는 봄에 우리는 네 마리의 작은 생명들을 묻었다. 이 알 수 없는 어두운 느낌으로 공장은 한동안 조용하기만 했다. 나비는 먼 곳 어딘가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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