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나비는 늘 있던 곳을 떠나 보이지를 않다가 저녁 무렵에 어디선가에서부터 돌아오는 패턴을 반복했다. 무언가를 찾아 헤매다 돌아오는 건지, 상실감을 잊어보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오는 건지... 성준씨는 그런 나비에게 힘을 내라고 맛있는 간식을 듬뿍 챙겨준다.
일상의 공장 업무를 보면서 이 재고창고는 자주 들어가는 곳이 아니다. 주력 제품도 아닐뿐더러 솔직히 팔리지 않는 이 재고들을 폐기할 곳이 없어 모아두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어느 날, 이 재고가 팔렸다. 박스 제품을 찾기 위해 창고의 한쪽 구석을 뒤적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작디작은 야옹 소리가 들려온다.
본능적으로 우리 고양이들의 어른 소리가 아닌 새끼들의 소리임을 직감했다. 이 박스 저 박스에 귀를 기울여보고 지게차를 동원하여 위칸의 박스들을 두들겨보며 작은 생명들의 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누랭아~!!”
누랭이가 5마리의 새끼들을 보듬어 안고 있었다. 물론 이런저런 흔적들로 재고는 못쓰게 되었지만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모두들 기뻐하며 다가왔다. 다들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한 마리는 이미 생명이 꺼져있었다. 자연의 섭리라고 하지만 너무 티 안 나게 너무 깊숙한 곳에 새끼를 낳는 것 아니니? 살아있는 네 마리의 새끼들을 지난번처럼 박스와 방한 부직포로 보금자리를 만들어 옮겨주었다.
‘이번엔 꼭 살려보자' 모두들 이런 마음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누랭이를 대견해하며, 부장님은 산후조리식을 제조하여 옆에 두었다. 새끼를 돌보느라 못 먹어서인지 물과 사료를 많이도 먹는다. 그래 이번엔 잘 지켜줄게.
공장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기 전 다시 한번 새끼들에게 부직포를 덮어주고 누랭이에게 산후조리식을 챙겨주었다. 월요일에 출근할 때 누랭이를 위한, 새끼들을 위한 무언가를 챙겨줄 생각하며, 근처의 애완동물 샾을 떠올리면서 돌아오는 즐거운 금요일이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부장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성준씨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러 갔다.
“으악!”
“뭐야!!!!”
성준씨의 비명소리다. 불안한 마음에 다 같이 뛰어갔다. “이럴 수가....”
앞에 펼쳐진 황당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새끼 고양이의 시체.... 그것도 처참한 모습의...
불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다른 새끼들을 찾아 창고로 뛰어갔다. 한 마리만이 꼬물거리고 있고 나머지는 살해당했다. 너무 잔인한 모습으로...
우리는 주변을 맴돌고 있는 누랭이와 나비와 또 다른 나비에게 소리를 질렀다.
“대체 너희들은 뭐했냐?” “새끼 하나 못 지키고 뭐했냐?” “그러고도 밥 달라고 이러고 있냐?”
“밥 안 준다!!”
새끼를 지키지 못한 분노를 고양이들을 향해 대신 토해내었다. 성준씨는 나머지 한 마리라도 살리기 위해 유튜브를 뒤져 관련 영상을 찾고 있었고, 이내 슈퍼로 뛰어갔다.
처참하게 끊어진 생명을 묻어주기 위해 정리하다가 박스 하나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번엔 제법 큰.. 갓 태어난 게 아닌 이빨까지 보이는 어린이 정도는 된듯한 녀석들의 시체가 나왔다.
이렇게 클동안 못 알아볼 수가 있었나... 소리가 분명히 들렸을텐.... 아니 너희들은 대체 누구의 새끼니.. 누구.... 설마.......
성준씨가 헐레벌떡 사 온 것은 두유였다. 두유를 손에 묻혀 헐떡이는 새끼의 입에 갖다 데니 제법 핥아먹는다. 일을 하며 틈틈이 새끼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퇴근 후에 본인의 애완묘가 다니는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겠다고 한다.
고양이가 우선시되는 가정이었으면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을 텐데.. 이곳은 일이 우선시 되는 공장이라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깝다.
슬퍼하는 누랭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모두는 몇 가지 추리를 시작했다.
첫 번째 누가 범인일까?
두 번째 새로 발견한 시체들의 어미는 누구인가?
지금까지 순서로는 나비와 누렁이이니... 남은 건 나비의 딸내미...인데..... 설마... 배도 그렇게 나온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범인은 무엇일까... 이렇게 잔인한 짓을 과연 동족이 할 수 있을까?
새 생명의 태어남은 지키지 못한 무거운 마음이 한동안 우리를 누르고 있었지만 이곳은 공장이다.
기계는 돌아가야 하고 제품의 납기일을 우선시해야 되는...
퇴근시간이 되고 성준씨는 택시를 불러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우리는 새끼고양이가 살아나기를 바라며 “희망이”라고 이름 지었다. 부디 내일은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궁금함을 참지 못하여 늦은 시간에 성준씨에게 연락해 보았다... 치료 도중에 숨을 놓고 말았다고 한다...
세 마리의 어미들... 그리고 새끼들... 한 마리도 지켜주지 못했다. 대체 왜 새끼들은 저렇게 살해당해야 할까?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이 기본이 되어 돌아가는게 자연의 섭리라지만 그 잔인함에 잠시지만 모골이 송연해진다.
- 누랭이 이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