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과 늘 함께해온 일상에서 출산이라는 기쁨과 새끼들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동시에 넘으며 며칠 동안은 이 사건들이 직원들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왜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면서 저 창고 구석진 곳에 새끼들을 낳았을까? 먹이를 챙겨주지 않아서 사냥(?)을 할 필요도 없는데...
그리고 불쌍한 새끼들을 잔인하게 죽인 범인은 무엇이었을까? 주변의 다른 고양이? 아니면 다른 짐승? 이 질문에는 족제비를 봤다는 성준씨의 목격담에 힘입어 그놈이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후배는 더 이상 고양이들의 출산을 두고 볼 수 없어 중성화를 알아본다고 한다. (시청에서 무료 중성화를 시술해준다고 한다.)
이곳은 일이 우선시돼야 하는 공장이라 더 이상 고양이들에게 신경을 써줄 수가 없다. 그저 사료를 챙겨주고, 맛있는 음식(고기류, 생선류)이 남으면 챙겨주고, 어디 상처는 없나 하고 살펴봐주고, 엄한 놈들이 보일 때 쫓아내 주는게 해줄 수 있는 전부이다.
이 녀석들도 주변의 쥐를 잡아주기도 하고, 가끔씩(아주 아주 아주 많이 가끔씩) 보여주는 애교로 힘든 공장업무에 신선한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하며 기쁨을 준다.
좀 냉정하지만 상부상조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중성화를 알아본다는 후배도 점점 공장일에 치여 생각했던 것을 잊을 것이다. 솔직히 새끼를 죽인 범인도 곳곳에 있는 CCTV를 돌려보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수고를 기꺼이 고양이를 위해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우리도 이일 저일 하면서 금세 슬픔을 잊어갈 것이다.
고양이들은 다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발정기가 오고, 새끼를 잉태하고, 지키기 위해 조금 더 구석진 곳을 찾아 출산할 것이다.
이 섭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고양이들도, 나도 조금은 나아져 있지 않을까?
- 나비이야기 -
기쁨들이 있었고, 슬픔들이 있었다. 인간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갈곳 없이 흘러들어온 이곳에서 살게 해 주고, 먹이도 주어 너무 감사할 뿐이다. 처음에는 먹던 것을 남겨 주다가, 사료라는 고급 먹이를 주고, 그 사료도 바닥에 놓아주다가 이제는 어엿한 애완용 밥그릇, 물그릇까지 준비해주니 흡사 애완묘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사랑보다 자연의 무서움을 더 많이 느낀다네.. 이곳 역시 무서운 자연의 섭리가 지배하는 곳이고, 공장이라는 장소답게 우리를 돌보는 것보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 더 집중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곳임을 알고 있답니다..
여기저기서 쫓겨 다녀야 하고, 저 누랭이놈은 꼬리까지 잘려가지고 이곳에 왔지만 그래도 생명으로 대해주고, 돌보아주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습니다. 그대들이 부를 때면 항상 피하는 우리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우리는 또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아갈 거예요...
그리고 우리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이곳에서 그대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그렇게 지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