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이야기

또 하루를 시작하다.

by 철용

아침 8시 10분이면 성준씨가 출근을 한다. 교통편이 부족해서 버스 시간에 맞추다 보니 공장에는 조금 일찍 도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8시 25분 ~ 30분 사이에 부장님과 내가 출근을 한다. 외국인 친구들도 하나둘씩 기숙사에서 나오고, 업무 준비를 시작한다.

고양이들 역시 어디서 무엇을 하다 나타났는지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모습을 나타내고, 분주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간혹 밥 주는 시간을 좀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나비가 성준씨와 나의 다리에 번갈아가며 자신의 몸을 비비고, 냐옹~ 냐옹~ 하며 밥을 보챈다.

사료가 있는 창고로 향해 걸어가면은 바로 꼬리를 똑바로 세우고 세 마리의 고양이가 앞서서 나아간다.

변함없는 하루가 이렇게 시작한다.


큰 슬픔을 겪은 고양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이겨낸 듯하다. (누랭이가 조금 덜 벗어난 듯 하지만 여전히 나를 보면 잽싸게 도망 다니고, 사료를 보면 그 짤막한 꼬리를 바로 세우고 달려오는 걸 보면 꽤 기운을 차린 듯 보인다.)

그리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지켜주려는 의지인지 몰라도 요즘 들어 부쩍 몸을 붙이고 노는 모습이다.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성준씨이다. 항상 그의 손에는 캔이 들려있고, 그들의 건강을 눈여겨 살펴봐주는 정성 때문일까?

나만 보면 도망가는 누랭이와 딸내미도 그의 손길을 허락하였다. 부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양이를 잘 아는 이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제 이렇게 일주일이 한 달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 나비 이야기 -

어젯밤에 잡아놓은 쥐를 먹거나, 외국인 직원들이 주는 남은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가끔씩 주는 사료를 먹거나 하는 것이 우리의 시작이었습니다.

하루는 모든 것이 어색한 한국인이 나타났고, 우리에게 어설퍼보이는 관심을 주었습니다. 그 관심은 점점 더 저희를 행복하게 했고, 그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장이 잘되려는지 또 다른 한국사람이 나타났고, 생전에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과 따뜻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에게 얻어 맞거나 물릴 때면 우리의 고함 소리에 어디서나 모두 뛰어나와 그들을 쫓아내 주고, 다시는 못 오게 겁을 주는 모습에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원했거나 원치 않았거나 저희 새끼들의 모습에 기뻐해 주었고, 죽음에 함께 슬퍼해주던 모습을 보면 다른 어떤 집고양이들보다 행복했습니다.


어설퍼도 저희를 아껴주는 여러분의 사랑에 이렇게 밖에서 지내도 따뜻합니다.


그런데.... 딸내미.. 임신했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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