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죽음을 맞이한 후 이공장에는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났다. 나비가 5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하지만 온전한 생명으로 발견한 새끼는 두 마리뿐이다. 세 마리는 안타깝게도 생명을 꽃피우지 못했다.
나머지 두 마리라도 잘 키우고자 어떻게든 사람들의 시선이 보이는 곳으로 옮겨놓으려 했지만 나비는 그 마음도 모르는 채 창고 깊은 곳으로 숨겨놓기가 일쑤였다. 나와 성준씨는 나비가 젖을 잘 줄 수 있도록 고양이용 통조림부터 산모용 사료까지 사다가 먹였다. 이런 마음을 이해해주는 건지 새끼들을 지켜봐도 그다지 경계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겹경사라고 해야 하나... 나비의 딸인 흰둥이 녀석도 임신을 했는지도 몰랐는데 새끼들을 낳았다. 4마리를 낳았다. 하지만 흰둥의 새끼들도 반을 잃고 말았다. 4마리의 새끼들을 어찌 돌봐줘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 녀석들이 희한한 일을 벌였다.
공동육아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비와 흰둥이는 모녀지간이라 하지만 4마리의 새끼들을 한데 모아놓고(물론 구석진 곳이다.) 나비가 밥을 먹으러 가면 흰둥이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거나 돌보고, 흰둥이가 밥을 먹으러 가면 반대로 나비가 새끼들을 돌보았다. 가끔씩 어미들이 외출을 해야 하면 한 마리는 꼭 새끼가 있는 곳 근처에서 주변을 지키고 있다. 참으로 기특하다.
밤마다 야생동물이나, 근처의 다른 고양이들에게 습격당하여 새끼들을 잃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유난히 주변 경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두 마리의 어미들이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서인지 새끼들은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물론 나와 성준씨도 새끼들을 잘 키울 수 있게 갖은 영양식을 준비해주었다. 눈도 못 뜨고 꼬물거리기만 하던 새끼들이 조금씩 주변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때가 제일 이쁘다고 했던가.. 힘든 일을 하고 나서 새끼들의 귀여운 모습들을 보고 나면 피곤함이 풀리는 듯하다. 부장님께서도 새끼들이나 어미들에게 통조림이나 유아식을 주는 것을 아침의 시작으로 하실 만큼 사랑을 듬뿍 주었다.
수컷 1마리와 암컷 3마리, 녀석들의 무늬만큼이나 성격들도 가지각색이다. 사람에게 다가오는 녀석도 있고, 사람을 볼 때마다 도망가는 녀석도 있고, 소심한 녀석도 있고, 활기찬 녀석도 있다. 이 녀석들이 조금씩 커가면서 성준씨의 손에도 상처가 늘어났다. 간식을 주려고 다가갈 때마다, 귀엽다고 만지려고 할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상처가 늘어났다. 나도 역시 간식을 주다가 낚아채는 꼬맹이의 발톱에 손가락을 찍히고 말았다. 다행히 미리 파상풍 주사를 맞아놔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야생에 가까운 녀석들이다 보니 염려가 되는 부분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노곤해지는 시간이면 이들에게 간식을 주며 재롱을 보는 것이 모두들의 기쁨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녀석들은 조금씩 조금씩 이 공장의 생활에, 공장 옆 야생의 생활에,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하는 생활에 적응해가며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