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아주 작고 사소한) 3화

경찰서를 찾은 그녀, 그리고 황당한 납치 사건

by 철용

며칠 뒤.


한 여인이 경찰서로 들어섰다. 불안한 듯 자꾸 뒤를 돌아보며, 다리를 절뚝이며 형사계를 찾았다. 지나가던 의경이 민원실을 안내하자, 그녀는 갑자기 소리쳤다.


“납치당했다고요! 납치!!”


그 말에 근처 형사들이 달려왔다.

“납치라니요?”

“납치범에게 연락이 온 겁니까?”

“누가 납치를 당했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요… 제가 납치당했어요.”


형사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탈출하신 건가요? 어디서 당하셨죠?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군대요… 군대로 납치당했어요.”

“군대…?”


형사들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연달아 찍혔다.

반장이 자리를 권하며 여성 경찰을 불러 동석시켰다.

“군대로 끌려가셨다고요?”

“네… 그… 해병대 훈련 캠프 같은 데요.”


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반장과 여성 경찰은 서로를 보며 웃음을 참느라 허벅지를 꼬집었다.

“얼마나 있었습니까?”

“… 하루요.”

“1박 2일 훈련?”

“…네.”


형사들은 다시 눈을 마주쳤다.

“원치 않는 곳으로 끌려갔다면 납치가 맞긴 맞죠…”


결국 반장은 사건을 배당했다.

“무성아! 네가 맡아라.”


밤새 음주폭행 사건을 처리하느라 지친 성 형사가 수건을 벗어던지고 투덜거리며 나왔다.

“피해자님, 언제 납치당하셨습니까?”

“그저께 토요일에요.”

“그럼 어제 탈출하신 겁니까?”

“아니요… 집 앞까지 데려다줬어요.”

“네??” 형사는 눈을 크게 떴다.

“범인은 못 보셨습니까?”

“아뇨. 눈은 가려져 있었고, 다들 복면을 쓰고 있었어요.”


여성 경찰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성적인 피해는 없으셨습니까? 필요하다면 검사를—”

“아니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금품 요구는요? 협박 연락 같은 건?”

“없어요!”


결국 그녀는 울분을 터뜨렸다.

“훈련받았다고요, 훈련!! 하루 종일 걷고, 우향우 좌향좌 하고, 무릎으로 앉아 있으라고 하고… 보세요, 무릎에 피멍이 들었잖아요!”


사무실은 폭소 직전의 침묵에 휩싸였다. 누구는 입을 틀어막고, 누구는 도저히 못 참고 뛰쳐나갔다.

여성 경찰은 난감하게 중얼거렸다.

“… 그래도 신고가 들어왔으니, 수사는 해야겠죠.”


성 형사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디서 납치를 당했습니까?”

“네, *** 버스정류장이요.”


그는 후배를 불렀다.

“근처 CCTV 싹 걷어와.”

“네!”


그녀는 끝까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또 납치당할까 봐 무서워요.”

“순찰을 강화하겠습니다. 안심하고 귀가하세요.”


하지만 형사들의 머릿속엔 하나의 의문만 맴돌았다.

이걸… 사건이라고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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