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아주 작고 사소한) 2화

아주 작고 사소한 분노, 그리고 응징

by 철용

비 오는 아침.

사람들은 줄을 서서 묵묵히 빗방울을 맞고 있었다.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옷과 가방을 적셔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서 있었다. 조금만 비를 피하고 싶다면 옆에 마련된 컨테이너형 대기실에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줄을 무시하고 실내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건 공평하지 않다.


늘 그곳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있다.

그녀. 오늘도 어김없이 비를 피해 편안하게 앉아 있다가, 버스가 도착하자 우산도 접지 않고 재빨리 일어나 뒷문으로 올라탔다. 줄을 지켜가며 우산을 접고, 잠시 빗물을 감수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너무도 쉽게 무시한다.

하… 너무 얄밉다.


그녀의 모습은 또렷했다.

**년 **월 **일, 오전 7시 35분, ***번 버스.

안경을 썼고, 머리는 은은한 갈색빛. 회색 정장 차림에 검은 가방을 들고 있었다.


좋아, 이제 나만의 응징을 시작해 볼까?

그래, 군대라면 어떨까. 그녀를 그대로 훈련소로 보내버리는 거다. 교관의 고함 속에서 구르고, 또 구르고, 흙바닥 위에 무릎을 세 시간쯤 박아두는 거다. “앉아! 일어나! 뛰어!” 목이 터져라 외치며, 그녀는 땀과 흙에 절어가겠지. 1박 2일 동안 잠 한숨 못 자고, 팔 굽혀 펴기와 뜀걸음으로 지쳐 쓰러지는 순간까지. 상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다. 하하하!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노트북을 켠다. 블로그에 그 이야기를 적는다. 구독자라고 해봐야 아내와 지인 몇 명뿐인 소소한 공간. 내 마음이 편해지면 그걸로 충분하다. 게다가 이름을 올린 것도 아니고, 사진을 공개한 것도 아니니 문제 될 것도 없다. 잠시 ‘혹시 초상권은…?’ 하는 걱정이 스쳤지만, 곧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마침표로 찍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속 응어리가 풀렸다.

작고 사소한 벌 하나. 하지만 내겐 충분히 뿌듯한 응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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