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커져가는 기록들.
며칠 후, 성형사에게 연락이 왔다.
“김 선생님, 수사 때문에 블로그를 다시 열어야 합니다. 사이트 측 협조는 받았지만, 개인 공간이라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나는 필요한 서류에 서명하며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 곧장 문제의 댓글을 찾아보려 했으나—
사라져 있었다.
‘이제부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댓글 복원은 회사와 경찰 몫이지...’
스스로 그렇게 다짐하며 선을 긋기로 했다.
경찰서
“이형사, 블로그 주인은 단순히 글만 쓴 거야. 혐의는 없지?”
“네. 별다른 정황은 없습니다.”
“그럼 글을 보고 실제로 움직인 놈이 문제라는 거네. 납치, 협박... 그건 분명 범죄지.”
“맞습니다. 단서를 잡으려면... 인플루언서들밖에 없네요.”
“그래. 결국 그쪽이 열쇠야.”
두 형사는 다시 인플루언서들과의 접촉을 준비하며 수사 방향을 좁혀갔다.
□□신문사
“민주야, 그 사건 똘아이는 어떻게 돼가냐?”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야, 윗선에서 보고하라잖아. 뭐라도 줘야 할 거 아냐.”
김민주 기자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편집장에게 정리해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짜증 나는 일을 블로그에 올렸고, 어떤 놈이 그대로 실행했다... 이거지?”
“네.”
“근데 이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냐? 테이저건, 납치, CCTV 조작까지... 냄새가 나는데.”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뒤에 뭔가가 있어요. 큰 그림이...”
“그럼 시간 좀 걸리겠네.”
“제가 마무리 지어볼게요.”
“알았다. 빨리 해.”
김기자는 곧장 취재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편집장은 그가 나가자마자 속으로 씹어댔다.
“젠장, 저건 절대 사람 될 성싶지가 않아...”
강남의 한 카페.
후배 기자 덕분에 어렵게 연락이 닿은 인플루언서를 만나는 자리였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오히려 더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신문사 김민주 기자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제발, 비밀은 지켜주세요. 기사화는 절대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차림은 오히려 눈에 띄어요. 벗으시는 게 낫습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선글라스를 벗자, 화면 속에서 봤던 얼굴이 떠올랐다. 화려했던 SNS 속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초조함에 바랜 얼굴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직접 촬영한 것도 아니면서 왜 영상을 올린 거죠?”
“....”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기사로 내지 않겠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결국 입을 열었다.
“어느 날 DM이 왔어요. 영상 하나만 올리면 거액을 준다는 내용이었죠.”
“거액이라면...?”
“5억이요.”
“5억? 장난 같았을 텐데.”
“그래서 일부라도 먼저 송금해 보라 했죠. 그런데... 정말 2억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장난은 아니구나 싶었죠.”
“그리고 결국 영상을 올린 거군요.”
“네. 나머지는 직접 만나서 준다 했는데, 오히려 낯선 곳으로 끌려갔어요. 돈은커녕 협박만 당했어요. 가족까지 위험할 거라 해서... 통장에 돈 그대로 있어요. 저... 정말 몰랐어요.”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김 기자는 생각에 잠겼다.
‘차라리 단순한 영상이다.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됐고, 누가 다친 것도 아니다. 납치라 해봤자 길어야 이틀. 끝나면 다시 집에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사회가 들끓는 거지?’
“그럼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협박당한 겁니까?”
“네. 다들요. 다만... 한 명만 얼굴을 봤습니다.”
“얼굴을?”
“잘생겼어요. 키도 크고, 깔끔하고... 나머지는 전부 문신에 깡패 같았는데, 그 사람은... 신사 같은 느낌이었어요.”
김 기자는 복잡해졌다.
‘조폭들이라면 이해가 되는데... CCTV는? 조폭이 그런 정교한 흔적 지우기를 할 수 있을까...?’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찜찜함이 끝내 가시지 않았다.
‘단순히 조폭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