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아주 작고 사소한) 13화

알 수 없는 이메일

by 철용

나의 글 때문에 이렇게 세상이 시끄러워질 줄은 몰랐다.


그저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생각을 정리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납치극이라니.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의 글이 세상에 떠들썩하게 공개되는 일이라니.


블로그에 글을 처음 쓸 때의 느낌은 이제 사라졌다.

‘이 글을 통해 사람들이 조금 더 양심적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게 되면 어떨까. 그리고 응징의 글을 쓰며 느꼈던 통쾌함.’


그때는 내가 마치 지구를 구하는 슈퍼히어로는 못 되더라도, 동네 질서쯤은 지킬 수 있는 작은 히어로라도 된 듯한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뿌듯함은 사라지고, 남은 건 법적 피해에 대한 걱정뿐이다. 그들이 나를 고발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괜히 글 좀 쓴답시고 쓸데없는 짓을 한 건가…’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웃어넘기면 될 일들을 괜히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된 건 아닌지.

경찰이 다시 찾아오면 어쩌지? 와이프는 쿨하게 넘기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걱정과 불안이 나날을 잠식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떨림이 전기처럼 온몸을 타고 흐른다.

알프라낙스. 정신과에서 증상이 심해질 때 먹으라고 처방받은 약을 찾아 헤맨다. 불안으로 좁아진 시야에는 좀처럼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먹던 약 못 봤어?”


괜히 와이프에게 신경질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와이프는 늘 그렇다.

나를 이해한다는 듯, 아이 달래듯 다정하게 답한다.

“말 이쁘게 해야지. 잠깐만 기다려.”


분명히 내가 치워두고 잊은 건데, 와이프는 어디선가 꼭 찾아낸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다 지나갈 거야.”

알프라낙스 0.25mg보다 와이프의 목소리가 더 강력한 진정제였다. 나는 약을 털어 넣고, 약효가 빨리 온몸에 퍼지길 기다렸다.


휴대폰을 열어 기사들을 훑어본다.

역시나 세상이 떠들썩하다.

아무리 사적인 공간이라 해도 블로그 글은 신중해야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건 자유다. 문제는 그걸 따라 하는 자다.

전문가들의 논평이 줄줄이 이어졌다. 정신과 의사, 유명 프로파일러, 경찰…

‘쳇, 자기들이 내 마음을 뭘 안다고.’


나는 기사들을 비꼬아보며도 끝내 궁금증을 버리지 못했다.

‘대체 왜? 왜 이 놈은 내 글을 가지고 이런 일을 벌이는 거지?’

생각이 복잡해질수록 나는 게임에 몰두했다.

마음이 심란할 때일수록 도파민이 나를 유혹하는 걸까. 혹은 게임에 집중해 잡념을 막으려는 내 몸의 자가치유 본능일지도. 요즘 들어 게임에 점점 더 빠져드는 스스로를 느꼈다.


게임을 접고 습관처럼 이메일을 열어본다.

‘999개의 읽지 않은 메일.’

어차피 광고 메일일 거라 생각하며 대충 닫아버린다.


그런데, 그 안에는 이런 메일이 숨어 있었다.

며칠 안에 세상을 흔들 큰 사건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당신은 그 일이 무마될 때까지 반드시 블로그에 글을 계속 써야 합니다. -

읽지 않은 이메일 하나가, 곧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 파장이 되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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