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아주 작고 사소한) 14화

작전, 그리고 성공과 실패

by 철용

나는 성형사와 의논해 문제의 똘아이를 잡기 위한 글을 준비하고 있었다.

조폭과 연루된 일이라 하더라도, 나와는 직접 상관없는 문제라 생각했다.

다만 성형사의 작전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월 ○일, 지하철 3호선 ○○역

이른 아침 출근길, 운이 좋으면 자리에 앉을 때가 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는 개폐문을 중심으로 양쪽 줄이 만들어지곤 한다. 하지만 막상 빈 열차가 도착하면 ‘꼭 앉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람들의 양심은 쉽게 무너진다.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는 사람, 뒤에서 빨리 들어가라며 다리를 동동 구르는 사람... 그날도 별별 풍경이 다 보였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한 인물이 있었다. 검은 티셔츠에 굵은 뿔테 안경, 청바지 차림. 짧게 자른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고, 손에는 갈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는 양쪽 줄을 무시하고 가운데로 돌진해 들어가더니 태연히 자리를 차지하고,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만 바라보았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응징의 시간

‘이런 자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나는 잠시 상상했다. 덩치 큰 사람들과 계속 부딪히게 한다면 어떨까? 100m쯤 가는 동안 여기저기 치이며 꽤 고통스러울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떠올라 혼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사실 그는 단순한 비양심 승객이 아니었다. 경찰이 세운 미끼였다. 일부러 납치를 당하는 척하여 범인을 끌어내려는 함정수사. 어찌 보면 조금 우스운 작전 같지만, 그만큼 간절했고,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졌으니 나 역시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범인은 잡힐까? 누가 다치지는 않을까?’

며칠 동안 경찰은 미끼 형사를 중심으로 잠복했다. 역 근처의 오피스텔까지 빌려 삼엄한 감시를 이어갔다. 긴장과 기대 속에서 모두가 같은 바람을 품었다.


“제발 나타나라.”


며칠 뒤 저녁, 미끼 형사가 근처 중국집으로 향했다. 성형사와 이형사가 뒤따르며 조용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때, 낮게 깔린 엔진 소리. 승합차가 다가와 서더니 다수의 검은 그림자가 내렸다. 순간 공기가 바싹 말라붙는 듯했다. 경찰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무전기를 손에 쥔 성형사가 짧게 신호를 보냈다.


“치익― 치익― 치익―”


세 번의 소리와 함께 대기 중이던 경찰들이 긴장 속에 임무를 되새겼다.

그때, 그림자 하나가 미끼 형사 뒤로 다가가 전기충격기를 꺼냈다.


“지금이야!”


성형사의 외침과 함께 경찰들이 일제히 튀어나갔다. 성형 사는 몸을 날려 범인을 제압했고, 나머지 경찰들은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들을 포위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뭐지? 왜 반항이 없어...?”

“이상하다, 너무 순순한데...”


검은 그림자들은 거의 저항하지 않았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게 수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당신을 납치 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이형사가 미란다 원칙을 읽어 내려갔지만, 말끝이 흔들렸다.


“네, 알아요. 잘못했어요. 잡아가세요.”


너무 태연한 태도였다.

기쁨보다 찜찜함이 먼저 밀려왔다. 경찰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님,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게... 잡힐 걸 알았다는 건가...”


순순한 체포가 주는 불길한 예감. 차 안은 침묵으로 가득 찼다. 창밖의 풍경은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술에 취해 웃는 무리,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젊은 직장인들, 담배를 피우며 허공을 응시하는 행인들... 아무 일 없는 듯한 도시의 풍경이 스쳐갔다.


그런데도 형사들의 가슴속에는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가시질 않았다.


‘이게 끝이 맞을까? 정말 범인을 잡은 걸까?’


오랜 경찰생활 속에서, 때로는 이성보다 촉이 먼저 반응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촉은 대부분 빗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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