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간송 전형필 이야기
1920년대 경성의 젊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 인물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름은 전형필, 훗날 ‘간송’이라 불리게 될 인물이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지만, 시대의 격랑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부를 다른 길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경성의 골동품 상점에서 고려청자를 바라보던 전형필은 속으로 다짐했다. “이 보물들이 일본으로 흘러들어가선 안 된다. 우리 땅에서 지켜야 한다.” 그 순간부터 그의 삶은 단순한 수집가가 아닌, 문화재 수호자의 길로 바뀌었다.
그는 막대한 재산을 들여 국보급 문화재들을 사들였다.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그리고 수많은 고려 불화와 서적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돈 많은 수집가’라 말했지만, 전형필은 늘 조용히 답했다. “나는 단지 지키는 사람일 뿐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많은 문화재가 해외로 반출되던 때였다. 그러나 간송은 자신의 집을 ‘보화각’이라 이름 붙이고, 그곳에 보물들을 모아두었다. 그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나라가 제 자리를 찾으면, 이 보물들도 국민 앞에 나서야지요.”
그의 삶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산을 거의 다 문화재 구입에 쏟아부으며 검소하게 살았다. 하지만 그가 지켜낸 문화재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랑이 되었고, 간송미술관은 그의 뜻을 이어받아 국민들에게 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전형필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집념이 어떻게 한 나라의 문화적 뿌리를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역사 속에서 말한다. “문화는 곧 민족의 혼이다. 혼을 잃지 않으면, 민족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