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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민지 Nov 01. 2022

교수님, 밥 드셨어요?

이 문장에 이상함을 느끼고 들어오신 분들, 다행입니다.

2017, 가을 나는 대학교 공과대학 건물의 5 엘리베이터 앞에  있었다. 때마침 점심이라  먹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류 가방을 들고 갈색 코트를 빼입은 학과 교수님께서 어디 가시는지  옆에 섰다. 인사를 하고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 내버려 둬도 됐겠지만,  성격이 이를 용납  했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한국인이라면 역시 ‘밥’, 먹는 이야기가 최고다 싶었다. 그래서 머리를 굴렸다.


밥? 밥은 친구들 사이에서 <밥 먹었어?>라고 하는 건데... 밥의 존칭은 뭐지? 진지? <진지 드셨어요?> 이건 너무 나이 든 사람한테 하는 말이잖아.... 생각해 내. 뭔가 있었는데.!!


그리고 내 머리보다 반 박자 빠른 내 입은 그냥 뱉어버렸다.     

“교수님, 밥 드셨어요?”

망. 했. 다.


교수님은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는지 나에게 되물으셨다.

“식사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아. 차. 식사라는 단어가 있었다!!


나름 공부 열심히 했고, 교수님들이 인정하는 나였는데... 그런 기본적인 단어를 말하지 못했던 스스로가 멍청하게 느껴졌다. 헛똑똑이가 된 느낌. 노력은 하는데 말을 하면 내 이미지를 깎아먹는 느낌. 교수님 앞에서 얼굴이 붉어졌다. 교수님은 웃으시면서 말했다.

“이제 먹으러 가려고. 민지도 점심 맛있게 먹거라.”


나는 부끄러움에 뭔가를 은 물건이 있는  행동하며 교수님 먼저 엘리베이터를 태워 보냈다. 복도에 멍하게 서서 생각했다. ‘나는  단어가  생각이  났을까?’


그 이야기를 집에 가서 엄마에게 했더니 엄마는 명쾌한 답을 내려줬다.

 단어를 평소에  일이 없어서 그렇지 .  친구들이랑만 이야기 하면 ‘식사라는 단어를  일이  없지 않아? 그리고 어른이라고는 부모님이랑 이야기하는  전부인데 요즘에 워낙 다들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니 더더욱  일이 없지.”


그렇게 우리는 적절한 단어를 쓰는 방법을  배운 , 아니  일이 없이 친구들과 격식 없이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덜컥 사회에 내던져진다. 상황이 바뀐다고 우리의 말투나 매일 쓰던 어휘가 갑자기 바뀌는  아니었다.


그렇게 서른이 되어 주위를 둘러보면  심한 일들이 20대들 사이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몸은 자라고, 나이는 먹는데 언어는 배우고 연습하지 않아서 초등학교 저학년이  만한 말들을 계속 쓰고 있었다.


그 이후로 ‘식사’ 라는 단어는 내 머릿속에 뿌리 깊이 박혔고, 그 단어를 잊을 수가 없었다. 단어 하나가 나의 품격을 결정짓고, 내 이미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적절한 때에 적절한 단어를 고르는 일, 그런 단어를 내뱉어서 입에 익숙하게 하는 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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