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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민지 Nov 12. 2022

한국인들의 영어가 늘지 않는 진짜 이유

영어공부하는 이유가 뭔가요?

영국대학원 이번 2학기 과제의 중점은 "collaboration" 이다. 아무리 영어 시험을 통과해서 대학원을 들어갔다 하더라도, 강의 내용을 알아듣는다 하더라도, 가장 무서운  원어민과 의사소통 하는 일이다. 학과에 아시아인이  밖에 없고,  원어민들이라 이번 과제를 보고  숨이 나온  사실이다. 누구라도 나와  팀이 된다면 그건 내가  사람에게 굉장히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제는 5분짜리 단편 영화 만들기.


개요든, 시나리오든 뭐든 다 영어로 적는 건 상관없었다. 열심히 인터넷을 찾아서 문법을 고치고 또 고쳐서 문장을 완성하면 되니까. 가장 문제점은 주제를 정하기 까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들을 전달해서 상대방이 이해가 가게 만들어야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나는 팀이 정해지기 전까지 2주를 불안에 떨었다.


"누구랑 될까...?" "그 사람은 영어가 모국인이 아닌 나를 답답해 할까?" "혹시라도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 내가 그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불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잠을 쉽게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온통 머릿속에는 영어 걱정 뿐이었다.


드디어, Aaron 이라는 이름을 가진 토종 영국인과 짝이 되었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나는 그의 얼굴도, 나이도 모른 채 '단편 영화 만들기' 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점은 WhatsApp 이라는 어플리케이션으로 채팅으로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채팅으로 대화하니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문자를 보내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와 대화하면서 나는 영어에 관해, 원어민에 관해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첫 번째는 그 역시 영어를 아무렇게나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어민이라 할지라도 주어와 동사 순서가 안 맞을 때도 많았고, 줄여서 쓸 때도 많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하는 말이 다 이해가 되었고, 그도 내가 하는 대충의 단어들을 곧잘 이해했다. 그리고 서로 못 알아들은 문장이나 이해가 안 되는 소통 문제가 있으면 한 번 더 물었고, 명확히 했다. 이는 한국어 쓸 때와 같았다. 같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국말을 하는데도 명확히 머릿속에 상대의 말이 그려지지 않으면 다시 묻곤 하니까. 그렇게 실제 대화에서 문법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버렸다.


두번째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 대화가 쉬워진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대화 주제도 통일이 되었고, 서로 재밌게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버지의 죽음' 이라는 서로 공통된 경험이 있었기에 언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내가 말하려는 이야기를 다 전달할 수 있었고, 상대도 가슴깊이 공금할 수 있었다.


세번째는 그가 내 영어 실력을 높이 산 점이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영어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발음은 원어민처럼, 문법도 하나 틀리면 안 되고, 표현은 원어민스럽게 등등 기준이 까다롭다. 마치 완벽을 추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다른 한국인이 하는 영어를 들을 때는 의미를 생각하기 보다 어떤 점이 틀렸는지 찾는데에 더 집중한다. 물론, 학교에서 단어 철자나 관사 등 틀린 부분을 지적당하며 배웠기 때문이다. 자신이 전달하려는 이야기를 어떻게든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말 할 수 있다면 영어를 잘 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영어의 문제 라기보다는 '센스'의 문제가 맞다. 이 센스는 곧 국어 실력과 연결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문해력 등의 수업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기도 한 듯 하다. 확실히 국어 잘 하는 사람이 영어도 잘한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는지 빠르게 이해하고, 내가 전달하려는 말의 핵심이 뭔지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로 원어민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영어를 쓰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외고생, 영국 대학원생이 추천하는 영어공부범


1.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해보는 것

우리는 미드를 보면서 공부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런 문장을 실제 쓸 일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은 들였는데 그 말을 쓰지를 않으니 내 기억에서 점점 잊혀지게 된다. 당장 영어를 써야할 일이 생길 때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영어로 써본 적이 없어서 얼버무리다가 절망에 빠진다. "내 영어실력이 아직 바닥이구나..."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영어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말해 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영어를 쓰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전화영어든, 원어민 친구를 사귀든 간에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상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그들과 대화하면서 당장 내가 써야할 말이 있고, 이 말을 어떻게 쓰는 지 알기 위해서 인터넷을 찾아보다 보면, 그런 문장들이 쌓여 내 것이 된다. 이렇게 '유창성'을 먼저 키워야 한다.


이 말을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원어민스럽게 구사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때 더 '정확성'을 키워가면 된다. 그런데 우리가 공부하는 방식은 유창성 보다는 정확성을 먼저 키우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문법, 발음 등 지엽적인 부분을 공부하다 한 마디도 내뱉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2. 문법 보다는 원하는 결과값을 생각하는 것

우리가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타국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이다. 의사소통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답 또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함이다. 이는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오늘 내가 쓴 대본을 전달해 줄게. 한 번 살펴 봐." 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하자. 그러면 내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행동의 결과 값은 '대본 / 전달' 과 '살펴보는 것' 이다. 그럼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다.


대본 전달 = script / send

살펴보는 것 = look into -> 모르면 인터넷을 찾으면 된다.

완성 문장 = I'll send you a script, look into it.


문장이 완벽하지도 않고, 단순히 look into it 이라고 하면 약간의 명령처럼 들릴 수도 있다. 어쨋든 허술한 점이 있는 문장이다. 뭔가 더 고급진 표현이 있을 것 같은 찝찝함이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말고, 일단 보내보자. 그 다음 상대방이 답하는 것을 보거나 피드백을 받게 되면 고치면 된다. 이걸 어떻게 정중하게 말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면 이럴 때 쓰는 조동사 등을 찾아보면 된다.




정리하자면,

1. 일단 영어 쓰는 환경을 만든 뒤

2. 유창성을 키우자. 그리고,

3. 더 나은 표현이 있는지 찾아보자.


책 보고 독학하지 말자. 영어는 내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러니 도구를 잘 사용하려면 실제로 써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으로 아무리 사용방법을 익혀봤자, 예상치 못한 일에 대처하는 법까지 배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방법 저 방법 무수히 많지만, 사실은 간단한 것이다. 실제로 원어민이랑 대화하면서 공부해나가는 것. 그게 영어 공부의 전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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