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동생이 결국 문을 닫았다. 시대적 상황에 맞서다가, 어려운 선택을 했으리라.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던 집기와 가전제품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주방을 가득 메운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니 레스토랑 오픈을 하기 위해 동생과 함께 애썼던 기억들이 지나갔다.
3년 전, 동생은 동네의 오래된 건물을 임대했다. 얼룩이 가득한 벽에 페인트를 덧칠하고, 비가 새는 틈은 직접 실리콘으로 막아내며 우리는 함께 공간을 꾸며나갔다. 동생은 유독 오븐 고르기에 정성을 다했다. 오븐은 자신의 요리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본인과 함께 오래도록 레스토랑을 꾸려나갈 조력자라고 표현했다. 나는 그때 당시 내 월급을 모조리 털어 가장 좋은 오븐을 선물했다. 좋아하던 동생의 모습이, 그리고 함께 설레던 그때의 우리가 선명히 떠올랐다.
그 모든 추억이 집결되어 있는 물건들이 지금, 우리 집 주방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조력자라 표현했던 동생의 오븐은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쓰임새를 잃어 괜히 안쓰러워 보였다. 동생은 며칠째 집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생기가 사라진 동생의 얼굴은 이전의 발랄한 모습과 사뭇 달라 보였다. 문득, 내 파우치 속 화장품이 생각났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립스틱. 뚜껑을 열어보니 처음 골랐을 때 반했던 예쁜 색깔은 여전했다. 나는 멍하게 앉아있는 동생을 붙잡고 립스틱을 발라주었다. “왜 이래, 이러지 마.” 의아한 듯 바라보는 동생에게 말했다. “야, 마스크 때문에 한동안 안 썼던 거야. 그런데 오랜만에 꺼내도 그대로 예쁘기만 하네. 그렇지? 가지고 있는 본성이 예쁘면 시간이 흐르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야. 괜찮아, 우리 잠시 쉬었다 간다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