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좋겠습니다.

가을에는 낙엽 지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어 진다.

by 작가C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차우준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아니 겨울에 가까운 가을이면 더 좋겠습니다.

무성하게 나를 수식했던 단어들

하나하나 붉게 타오르다

잿빛 석양과 함께 땅거미처럼 떨어지면 좋겠습니다.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아니 겨울에 가까운 가을이면 더 좋겠습니다.

무성하게 나를 수식했던 단어들

모두 떨어지고 남은 나무줄기처럼

나의 본질만 당신에게 남은 나무영혼*이면 좋겠습니다.


*영화 “님포매니악” vol.1에서 여주인공의 아버지로 나오는 남자 배우의 대사를 사용함.




딱 이맘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시를 읽고 시를 쓰고 싶었는지 제게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말입니다.

풍성하고 생명력으로 가득했던 봄과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찾아오면 왜인지는 모르지만 시를 읽고 쓰고 싶어지고만 싶습니다. 가을에는 참 많은 생명들이 화려하게 단장을 하면서도 다시 이어질 새로운 생을 준비하게 됩니다. 불교에 윤회라는 단어를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생이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아마 가을은 모든 생명들이 한 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추수를 하는 시기가 오면 들녘은 황금빛으로 가득하고 바람결에 넘실거리는 장관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한 생을 잘 마무리하는 농부들과 곡식들의 결실이겠죠. 가을산의 단풍들은 붉게 하늘의 석양빛을 닮아가기도 합니다. 개울에 사는 개구리들과 여러 곤충 및 동물들도 다음 생으로 준비하는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이 때쯤 번식기와 산란기도 오지요.


다음 생을 준비한다는 것. 생이라는 표현이 거창하고 어렵다면, 이렇게 바꾸어 보겠습니다. 하나의 과정을 마치고 다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가졌던 것들의 욕심과 집착 등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또한 그 시기를 알고 스스로 준비하는 것들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 가요. 우리가 가을이 오면 모든 자연의 동/식물들이 짝 짓기를 하고 낙엽을 떨구면서 다음을 스스로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행하는 것은 그 존재들의 일시적인 화려함 보다 다음을 기약한 생명력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한 단락을 매듭지어야 할 때 매듭을 짓고 다음을 기약하며 준비하는 삶의 가을이 언제나 계절처럼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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