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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Jan 04. 2016

남산 구두닦이 아저씨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꼭 남산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오면서 내려오는 길에 구두를 닦고 다. 작은 구두수선방. 오늘도 어김없이 갔다. 이제 세 번째 만나는 아저씨인데. 새해인사도 할 겸 구두도 닦을 겸 겸사겸사 들렀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손님.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기 들어와 앉으세요."

"네. 아저씨 구두 금방 되죠?"

"그럼요. 구두 주시고 저기 슬리퍼 신고 계세요."

"네."


아저씨는 내 구두를 받아가서는 구두약을 구두에 발라가면서 닦기 시작하셨다. 오늘도 가만히 아저씨 옆에서 몇십 년을 구두를 닦아 구두 가죽보다 더 두꺼워보이고 구두약으로 검은 갈색으로 윤이나는 아저씨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저씨의 손을 바라보면서 또 아저씨의 그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들었다.


'아저씨에게 이 일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저씨는 하루하루를 어떠한 생각으로 살아가실까?'


한 10여분이 지나고 구두를 다 닦아갔다. 사실 회사에 오전이면 대량으로 구두를 수거해서 가져가시는 구두닦이 아저씨들도 계시긴 하다. 그러나 나는 외진 곳  몇몇 손님이 찾지 않는 이 곳에 일부러 찾게 된다. 아저씨에게는 이렇게 찾아오는 손님을 만나 이야기도 하고 벌이도 되고 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실, 나도 아저씨에게 기억이 되는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찾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저씨는 내 발근처로 다 닦은 구두를 밀어주셨다. 광이 반질반질 나고 있었다.


구두 닦는 비용이 3천 원이면 되는데 요즘은 돈을 더 받으셔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의 정성과 그 손을 바라보면 돈을 더 드려도 아깝지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주일에 한 번 구두를 닦으면서 마주하는 아저씨로 인해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이라는 단어의 무게도 같이 느끼게 된다. 2016년 새해 첫 출근 날부터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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