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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Dec 22. 2015

남산 길 구두닦이 아저씨

요 며칠 전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근무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회사 뒤 남산을 올랐다.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유난히 외국인들이 많다. 오르는 작은 길 양옆으로는 작은 게스트 하우스들도 참 많다.


식사를 하고 가벼운 산보는 기분이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다. 오전부터 조여오던 업무와 그 긴장이 식후 소화와 같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길을 따라 걷다가 근무시간이 다 되어 내려가는 길로 발길을 돌렸다. 사무실 도착까지 약 10분 거리에 작은 구두닦이 가게가 있었다.


구두도 더러워지고 해서 그 작은 가게 문을 열고 아저씨께 여쭤보았다.

"아저씨, 구두 닦는데 시간 오래 걸리나요?"

 아저씨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답했다.

"아니요. 금방 닦습니다. 들어오세요."


단 두 명이면 가득 해지는 작은 공간, 아저씨는 구두약 냄새 가득한 그 좁은 곳에서 구두를 닦으며 있었다. 구두를 벗어 드리고 잠시 자리에 앉았다.


아저씨는 바로 구두를 닦기 시작하셨다. 사실, 구두 닦는 곳에는 처음 들어가서 구두를 맡겨봤다. 그리고 구두를 닦는 모습도 처음 봤다.


뭐 처음에는 그냥 약 발라서 닦는데 어떻게 그리도 윤이 나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몇 번의 자신만의 단계를 거쳐 닦고 계셨다. 한 세 번째 구두를 닦으시고 광을 내실 때는 자신의 맨손에 약을 발라 구두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때 아저씨의 손에 나는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약이 손 가죽에 스미어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아저씨의 손. 아저씨의 손 가죽이 구두 가죽을 문지르고 있었다.


아저씨는 얼마나 이 일을 하신 걸까? 내  아버지보다 연세가 있어 보이시니 아마도 아저씨는 저 손으로 가족들의 끼니를 벌어 가시고 자식들을 키우셨겠지? 뭔가 모를 뭉클함이 내  가슴속 옹이처럼 맺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저씨의 굳은살이 껍질같이 되어버린 그 손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곧 아저씨가 구두를 다 닦고 내게 구두를  건네주셨을 때 구두가 발을 감싸는 느낌은 따스했다. 그리고 그 작은 가게를 나와서 나는 아저씨가 있는 그 가게를 잠시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의 손은 그 아저씨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과연 나의 삶이 어디에 담기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직도 아저씨의 손이 기억난다.

고목처럼 단단해 보이던 그 아저씨의 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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