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가끔은 꺼내볼 수 있는 자신만의 추억 한 조각, 소녀
소녀
차우준
배추흰나비 한 마리 가녀린 날개 짓 하며 검은 아스팔트 위를 노닐고
따스한 바람 불어와 분홍색 노란색 녹색의 봄들이 활짝 피어나는 날이면
한참을 잊고 지냈던 작고 어여쁜 소녀가 생각이 나네.
하얗게 피어있는 들꽃을 꺾어 꽃반지를 만들어 건넸을 때
고운 손가락에 조심스레 끼우며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던
한참을 잊고 지냈던 작고 어여쁜 소녀가 생각이 나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삼십 년이 지났건만
그 시절 그곳에 소녀는 아직도 그대로 있네.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서러운 일만 가득한,
말없이 작은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내고 싶은 지금
한참을 잊고 지냈던 작고 어여쁜 소녀가 생각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