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풍화된 기억에 대하여
시간에 풍화된 기억은 아련하다
차우준
잊어야 한다고 매일매일 나 스스로를 다그쳤었다.
잊고 살아가다 보면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나를 남겨두고 다른 이에게로 떠난 일을 후회하리라 생각했었다.
가끔은 편지함에 남겨진 지난날의 네 편지를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했었다.
일 년 이 년 삼 년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야 한다고 매일매일 나 스스로를 다그쳤었던
그 모습은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진다.
그 사람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지낼까,
아주 간혹 내가 나에게 건네는 물음
이제는 그 의미 없는 물음도 멈춰야 할 때가 되었는데
멈추면 오래된 습관처럼 허전함이 밀려온다.
시간에 풍화된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