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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Nov 24. 2021

1. 왜 우리까지 FLEX? (3/3)

          한국 사회에서는 희망은 물론이고 나 자신도 잃어간다. 정체성은 잃어가고 물질만 남는 비극적인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 국민 개인과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매스미디어에 종종 얼굴을 내비치는 나름 저명한 몇몇 인사들은 한국 사회를 나름 진단하면서 미국적이기에 문제가 많다고 평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독일식 경제체제나 북유럽식 사회제도 등을 한국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들은 그 나라들만의 나름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미국 역시도 그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나라다. 다만, 한국 사회가 미국적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말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그들은 아마도 정말 미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그러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정말 미국적이었다면 부의 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골치 아픈 사회 문제로 존재하겠지만 지속 가능한 혁신 경제, 글로벌 선두 기업들의 지속적인 탄생, 국가유공자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와 국민적인 감사의 마음, 국가시스템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지속성 등 역시 닮았어야 한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들 역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의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이유는 미국식 체제 대척점에 있는 몇몇 유럽 국가들의 체제를 맞지 않는 판에 끼워 넣고 실험해보고 싶어 자신들의 명분을 찾아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사회에 발언권을 행사하는 인사들은 정치, 경제, 교육 등 국내 각 분야에서 지도층으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분명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도 주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국식으로 변형 수입되어 또 하나의 청년층 주류 문화가 된 FLEX는 분명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암울할 것이라는 청년들의 전망에 토대한다. 거기에 모기떼와 같은 극단적 상업주의 기업들의 마케팅도 크게 한 몫을 했다.


          “미국 흑인 사회 문화로서 FLEX는 옳고, 한국식 FLEX는 틀리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MZ세대라 칭해지는 이들에게 한국식 FLEX는 분명 긍정이 아닌 부정적인 미래를 제시할 것이다. 조금 더 거시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식 FLEX는 미래 한국 사회에 ‘Big 엿’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청년층들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지 간에 말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식 FLEX 역시 미국 흑인 사회의 FLEX처럼 국가에 대한 저항일 수도 있겠다. 다만, 그 강도는 국가의 존망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세겠지만 말이다.      



           왜 우리까지 FLEX?

          나름 단일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한국에서는 분명 미국 흑인 사회와 같은 인종차별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족적 역사를 공유하고 서로 비슷한 외형을 가진 한국인 사이에서는 분명 그렇다. 다만, 우리의 청년, MZ세대는 FLEX할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이를 기꺼이 문화로서 향유하는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지금의 단기적 행복이 모여 내가 삶을 마감하는 어느 시점에 결과적으로 나의 삶이 행복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여러 학자들이 있다. 이 주장에 동의한다. 그런 측면에서 FLEX 문화를 즐김으로써 내가 현재 행복하다면 내 삶의 궁극적 행복을 위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행동이 영속적이지 않고 내 삶의 목적에 의미부여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단기적 욕망해소 또는 쾌락추구로서 행위일 수 있다.

          나는 한국식 FLEX 문화가 이러한 입장에서 MZ세대에게 소비 강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 개인적으로는 청년, MZ세대의 FLEX 문화가 구조적인 사회·경제 문제를 가진 한국에서 긍정적인 문화현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 이런 생각이 부정적 사회 환경 하에서 청년기를 보낸 나이 마흔 꼰대의 기우이기를.


_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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