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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Nov 24. 2021

1. 왜 우리까지 FLEX? (2/3)

          2012년 Mnet에서 기획 방영한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를 기점으로 국내에서 힙합이란 음악 장르가 또 하나의 주류로서 자리매김 했다. 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국내 힙합은 미국 힙합처럼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힙합이란 장르는 신세대와 X세대라 불리는 1970~80년대 출생 세대들이 미국 문화를 접하게 되면서 소위 수입된 음악의 한 장르였고, 국내 수입된 초기의 힙합은 마니아들을 기반을 한 마이너 장르였다. 그 사회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하지 않고, 소위 수입된 문화는 통상 초기에 ‘따라하기 문화’로서 양태를 보인다. 초기 국내 힙합도 따라하기 힙합이었다. 그러면서도 젊은 층만의 자유로움과 사회적 반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등을 힙합이란 음악에 녹여내고 싶어 했다. DJ DOC, 타이거 JK, 조PD, CB MASS 등의 국내 1세대 래퍼들의 당시 곡들이 바로 그러한 결과물이었다.

          국내 힙합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힙합 뿐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 전반이 미국이란 나라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는다.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자면, 조선의 대명사대가 현대에 들어서 사대의 주체만 미국으로 바뀌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에 한국식 미국화가 만연해 있으며,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사회 주류층 다수가 미국 및 영어권 국가에서 교육받거나 체류했던 인사들이다. 사회는 사람들의 구성체이다. 그래서 한국의 한국식 미국화는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내 힙합은 K-POP의 한 카테고리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미국 힙합 문화에 여전히 영향을 받으면서 말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 힙합씬에서 FLEX가 전면 등장하기 시작했고, 도끼와 기리보이, 염따 등은 대중적 유명세를 얻은 FLEX한 래퍼로 등장했다.

          현재 MZ라 칭해지는 세대들 사이에서 FLEX가 유명세를 얻은 래퍼들이 언급했다 하여 지금과 같은 주류 문화로 자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장기간 지속된 몹시 불편한 한국 내 사회 문제와 촉매가 되면서 FLEX는 MZ의 주류 문화의 하나가 되었다. 이 사실을 곰곰이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이전 유행했던 표현 ‘Hell조선’이 다시금 소환된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에서는 이미 결혼과 연애, 출산 등을 포기하기 시작한 N포세대가 급증하였으며, 이들 중 그나마 취업 후 경제적 활동을 영위하는 청년들은 ‘지금의 내 삶이라도 즐기자’며 욜로족이 되었고, 그렇지 못한 비경제 구성원인 청년들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다. 전자인 욜로족의 경우 깊이 있게 접해보면 사실 질적인 경제 수준에 따라 두 부류로 구분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안정적이고 괜찮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직장에 다니면서 자신의 현재 삶을 즐기는 욜로족이 한 부류이고, 다른 한 부류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그때그때 단기 일자리를 구하여 하루하루를 즐기는 욜로 프리터족이다.

          욜로란 문화가 국내 확산된 배경에는 안정적이고 나름 괜찮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하더라도 서울 및 수도권에 내 집 마련은 쉽지 않고, 게다가 결혼 후 출산하여 자녀를 양육하며 내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경제 상황에 있었다. 그래서 청년들은 이럴 바에는 결혼과 출산 등은 내 삶에서 일단 배제하고 지금의 행복이라도 추구하자는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다. 기업들은 이런 사회적 현상을 너무도 잘 이용했다. 욜로를 청년들에게 일종의 트렌디 삶처럼 포장하여 광고했으며, 쾌락 지향형 소비를 부추겼다. ESG경영이 지금처럼 부각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속가능한 기업이란 화두는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 기업들의 행태를 지금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지극히 영리적이었고 자기 모순적이었다. 최근 몇 년 간 대한민국은 합계출산율 1미만인 나라가 되었으며, 인구소멸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 상황은 그 같은 기업들의 행태도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다고 생각한다.

          FLEX 문화는 지금도 여전히 N포일 수밖에 없는 청년들에게 당연한지 모르겠다. FLEX는 욜로의 나름 진화된 소비행동 문화라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FLEX 문화는 특히 그렇다. 다만, FLEX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 기반 하는 행태인데 반하여, 욜로는 자신의 쾌락(단기적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행태이다. 그리고 욜로는 소비 지향적인데 비해 FLEX는 꼭 소비일 필요는 없다는 차이도 있다. 내가 청년일 당시 욜로 문화와 현재 MZ세대의 FLEX는 그래서 닮은 듯 하나 다르다. 그 다름을 느끼게 하는 저변에는 ‘인정받을 욕구’가 굳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정을 받기 위해 표현하고, 그 표현의 수단이 물질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은 너무도 가혹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FLEX가 이러한 표현의 문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도 아프다. 나는 그래서 한국 청년들의 FLEX를 볼 때면 몇 년 더 삶을 살아온 선배세대로서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1980년대 출생자인 나 역시도 지금의 MZ세대처럼 고도의 경제성장기의 혜택을 전혀 누려보지 못했으며, 고교 시절 IMF 금융위기를 경험한 세대로서 극도로 나빠진 고용시장에 무방비로 내던져진 피해자이다. 게다가 세상을 바꾸어볼 기회조차 가져보지를 못했다. 그러한 대부분의 기득권은 소위 ○86세대라 칭해지는 그들이 장년을 넘어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아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바로 윗세대이면서 신세대로 불리던 1970년대 출생자들 역시 우리 세대와 비슷한 듯 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IMF 금융위기 이전에 대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비교적 수월하게 구한 경험이라도 있기에 1980년대 이후 출생자들보다는 덜 억울한 편이다. 이건 나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몇몇 여론조사 결과를 찾아보면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_ 다음 화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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