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의 작은 인연들과 시간들은 하나의 추억이 된다.
차우준
출근 후 매일 찾는 여의도 커피숍
메뉴판을 보며 무엇을 마실까 보고 있었다
커피숍 아가씨가 내게 말했다
매일 스윗솔티라떼 드시잖아요
오늘도 어김없이 스윗솔티라떼를 시켰다
적어도 여의도 커피숍 아가씨에게는 내가
아침마다 스윗솔티라떼를 주문해 가던
사람으로 기억될 테지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잠시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나는
하나의 기억으로 남겨지겠지
누군가에게 나는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회사 근처에 작은 M***커피숍이 있었다. 그 곳에 스윗솔티라떼라는 커피는 맛이 참 좋아서 아침 출근길에 거의 매일같이 들려 사서 가고는 했다.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기분도 조금은 차분해지는 날이라 따뜻한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마시고자 메뉴판을 고르고 있었다. 메뉴판을 한 10 여초 넘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주문대에서 항상 주문을 받던 젊은 아가씨는 생긋 웃으며 "오늘은 스윗솔티라떼 안 드시나 봐요? 매일 그거 드시잖아요~."라고 말했었다. 순간 생각했었다. '아! 이건 뭐지? 이 기분은 뭐지?' 그 커피숍 아가씨는 매일같이 수백 명의 손님들이 오가는 사이에서도 기억을 하고 있었던 거다. 뭐! 매일 비슷한 시간에 같은 커피를 사가지고 갔으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며 피식하고 웃던 날이 기억이 난다.
어른들이 항상 사람과의 사이를 이야기를 할 때 수도 없이 하시던 말이 기억이 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던가? 요즘은 그 말이 귓가에서가 아니라 심장근처에 그 말들이 다가와 일정한 진동으로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 인연이라는 것은 참 행복하게도 하고 아프게도 하며 나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것인 듯하다. 내가 조금 더 어렸을 때, 인연이라는 단어는 남녀 간에만 사용할 수 있는 핑크빛을 지닌 단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 그 단어는 뭐랄까? 공기와 같은 색을 가진 단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바라보고 향하고자 하는 또 접하고 있는 그 것들의 모든 색을 포함하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그런 것 말이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사람과 짧은 단위의 시간들은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하나씩 앨범에 쌓여만 가는 것 같다. 사람과 짧은 단위의 시간들은 사진이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내 기억이라는 앨범 안에서 추억이라는 장면이 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이러니 어떠한 사람이나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시간, 그 어느 시간이 소중하지 아니할 수가 있을까?
수 많은 인연들 중에서 추억이 되고 그 추억들을 현재에도 함께 만들어가며 공유하는 인연은 참으로 소중하다. 그중 부모님과 가족의 인연은 말하지 않아도 그 소중함을 누구나 알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인연일 수도 있을 것이다. 행복하고 아름답기만 하다고 소중한 인연은 아닌 것이다. 지난 시간들에 묻혀진 추억들을 살짝 꺼내보면 너무도 아프고 슬펐던 인연들도 시간이 지나면 단지 '소중하다'라는 단어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다. 오늘은 또 어떤 인연들을 만나게 될까? 내일은 또 어떤 인연들과 추억을 만들어가게 될까? 생각해보면 언제나 설레임의 연속 이었다. 마치 매일 매일 누군가와 어떤 이벤트를 기다리는 일들의 연속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