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ewon Kim Sep 15. 2023

너(님) 내 동료가 돼라

487명이 지원한 커뮤니티 채용 회고

Disquiet YAPP 커뮤니티에 작성한 채용 회고글을 재업로드합니다. 


늘 생각하지만 평가는 쉽다. 가령 봉준호 감독이 몇 년간 치열하게 고민한 시나리오와 수십 번 수정을 거듭한 콘티로 탄생한 작품에도 누군가는 "재밌다" 혹은 "별로다" 따위의 심심찮은 감상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YAPP 22기 채용에서는 지원자가 오랜 시간 고민했을 지원 서류에 주관에 기운 평가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이를 경계하고자 몇 가지 원칙을 세웠고, 직군별 담당자가 새벽까지 꼼꼼하게 서류를 검토했다.

어떤 글로 서문을 열지 고민했다. 채용 이후 불합격 사유와 선발 기준을 묻는 문의가 빗발쳤다. 형평성 문제로 소수에게만 알려드리기 어려웠는데 이 글을 빌려 모두가 보실 수 있게 일부 기준만을 공유하고자 한다. 합류하는 회원에게도 가장 궁금했을 내용이 아닐까 싶다. 이번 기수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고 싶었는데, 이 글이 괜찮은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부 평가 기준은 직군마다 달랐지만 공통된 목표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뽑는 것이었다. 



출발은 뜨거운 가슴일지라도 과정은 차가운 머리로

문제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 가슴에서 출발했을지라도, 해결 과정은 논리적이고 명료해야 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감정에 호소하거나 개인 경험이 연속될 경우 설득력이 떨어졌다. 개인 경험에서 문제를 발견했더라도, 가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관련 데이터가 필요하다. 가령 내가 음악 앱을 사용하며 느꼈던 불편함을 전체의 현상으로 단정 짓는 식이다. 시장 참여자들도 동일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 정성, 정량 데이터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장과 단어를 남발하지 않는 글로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려움, 합리적' 등 두루뭉술하고 부정확한 용어 사용이 글의 집중력을 해친다.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 불필요한 미사여구가 자주 등장하거나, 문장부호를 남발하는 군더더기가 많은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제품과 일에 대한 주관을 가진 사람

직군마다 보유한 역량은 다르나 결국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이 제품이 세상에 왜 필요하고, 어떤 제품이 시장에 호응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자신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동료를 뽑고자 했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해온 분이거나 취업을 목적으로 프로젝트 경험 및 역량이 필요해 지원한 분은 매력적이지 않았다. 동아리인데 기준이 너무 빡빡하지 않느냐고? 제품에 대한 주관이 확고하고 일하는 목적이 단순히 '돈벌기 위한 수단' 이 아닌 동료는 생각보다 많다.


책임질 수 있는 태도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장 상황, 투자, 사업 방향성 변동 등 다양한 변수가 등장한다. 여기서 상수는 이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다. 우리는 맡은 업무와 제품에 책임질 수 있는 태도를 특별한 역량이라 생각했다. 서류에서 시장 상황 혹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와해됐다는 이야기를 종종 마주했다. 이 과정에서 맡은 업무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 어떤 방식으로 회고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하드 스킬은 당신을 뽑고 싶은 이유, 소프트 스킬은 당신을 선택하게 하는 이유

하드 스킬은 지원자를 판단하는 데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다. 그러나 비슷한 역량의 하드 스킬을 가진 지원자가 많을 때 최종 후보를 선택하게 만드는 건 소프트 스킬이었다. 면접에서는 주로 소프트 스킬을 검증하고자 했다. 하드 스킬만큼이나 당신이 어떻게 동료와 협력하고, 어떤 태도로 일하는지 궁금했다. 직무 역량, 협력, 커뮤니케이션, 참여 의지를 기준으로 질문을 세팅했다.


마치며

요즘은 자기 전에 YAPP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업계에서 풋내기인 내가 채용 기준을 결정하고, 운영을 총괄하며 다방면의 업무를 책임지는 게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이번 기수는 감사하게도 내적 동기가 강하고 그간 YAPP이 쌓아온 고질적 문제 해결에 높은 의지를 보이는 분들이 운영진으로 함께한다. 운영 의견을 받는 노션 페이지에 새벽에도 의견과 댓글이 달리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다. 이런 노력으로 이번 기수는 487명이 지원하며 지난 기수보다 33% 높은 지원율을 기록했다. 혼자가 아닌 팀이니 운영 업무가 주는 생경함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다. 22기 활동을 시작하게 될 구성원에게도 좋은 멘토이자 동료가 될 분들임을 확신한다.

귀한 시간을 내어 도전했지만 이번 기회에 함께하지 못한 지원자에게 이 글을 빌려 아쉬운 마음을 전한다. 채용 담당자가 흔히 하는 말인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부족해서 모시지 못하게 되었다' 에 이제서야 구구절절 공감한다. 탈락의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지원한 모든 분이 성장 곡선을 그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오길, 다음 기회에라도 인연이 닿길 진심으로 바란다.

22기에 함께하게 될 새로운 구성원은 기쁜 마음으로 환영한다. 내가 YAPP에서 얻은 건 결국 귀한 동료와 경험이었다. 16기를 시작으로 17, 18, 19, 21기까지. 그 시간 안에 삶에 영감을 주는 멋진 동료, 프로젝트와 관련된 인상 깊은 경험이 촘촘하게 쌓여있다. 그 애정으로 회장까지 맡았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첫 세션이 시작된다. 새로운 구성원이 나와 같은 것을 느끼길. 혹은 나보다 더 귀한 것을 얻어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YAPP 은 PM, 프로덕트 디자이너, 개발자가 한 팀이 되어 약 5개월간 시장에 호응하는 MVP 제품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IT 커뮤니티입니다.
대략 3월, 9월 중에 신규 회원 모집을 위한 리크루팅을 진행합니다. YAPP 공식 사이트 (https://li.urcurly.site/rd/hi0B886ytl) 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about.yapp/)에서 가장 빠르게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