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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Oct 08. 2022

서로 다른 것은 나쁜 게 아니야

2022년 10월 7일 금요일의 기록

  그와 내가 연애를 시작한 지 이제 60일이 되어간다. 그동안 하도 많이 싸워서 우리는 정말 맞지 않는 걸까 하고 고민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 이전에 우리가 아직도 서로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게 다가왔다.


  온라인상에서 얘기하면 서로의 말에 오해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얼굴을 마주 보면 섭섭하고 화가 났던 것도 금방 풀린다. 그를 보면 안고 싶고, 뽀뽀하고 싶고, 그가 키 큰 댕댕이처럼 귀엽게 느껴진다.


  우리는 60일 가까이 사귀면서 서로에게 맞춰나가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노력해 나갔다. 우리가 많은 다툼을 통해 배운 것은, 자꾸 차이를 보려고 하지 말고 같은 부분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를 나누고 같은 취미를 가져봐야 한다는 것. 이것은 그가 내게 제안한 것이다. 그는 취미로 기타를 배우고, 탁구를 친다. 그것이 그가 일상 속에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는 나에게 액티비티한 취미를 가져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나는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감상한다든가, 책을 읽거나 사색에 잠겨 글을 쓰는 것 말이다. 감동적인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기분이나 분위기에 걸맞은 음악을 듣고 있을 때, 흥미로운 책을 읽거나 영감을 받아서 글을 써나갈 때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게 너무 좋다.


  나도 동적인 취미를 가지고 싶기는 하지만, 그런 종류의 취미는 몸을 격하게 움직여야 하고 남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경쟁을 싫어하고,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헬스장도 억지로 겨우 다니는) 나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이번 10월 중순에 그와 2박 3일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온갖 명소에서 액티비티 체험을 할 생각에 마음이 부풀어 있다. 나도 그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보내고 싶지만, 액티비티 체험은 글쎄... (물속에 풍덩 빠지거나 높은 곳을 별안간 오르내리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 같다. 그에게 여행 계획을 변경하자고 얘기해야 할까, 아니면 애써 그런 체험을 즐겨볼까. 그에게 계획을 변경하자고 얘기하면 불만만 많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싫은 것을 억지로 하고 싶지도 않다. 자세를 바꿔서 즐겨보면 어떨까 싶지만,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연인끼리 공통된 관심사, 취미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은 내 성격에 안 맞는다. 연인을 위해 나를 포기하고 억지로 맞추는 연애가 나을까. 아니면 내 것을 지키면서 상대방과 합의해 나가는 연애가 나을까. 어떤 쪽이 건강하게 연애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될까.


  역시 그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겠다. 그와 의견을 나누고 합의하는 쪽이 현명할 것 같다. 물론 그와 의견이 달라서 다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상황을 회피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상황을 회피하면 할수록 그와의 대화는 계속 단절될 것이고, 관계는 악화될 것이다.


  용기를 내 보자. 용기를 내어 그에게 내 생각과 감정을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전달하도록 하자. 싸울 것을 두려워해 관계를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자.


https://brunch.co.kr/@jacklee37/30



- 이 일기는 우리의 사랑을 하루하루 기록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추억이 오래도록 이 매거진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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