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4일 수요일
역시나 오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고욕이었다. 전날밤 친한 형님의 집에 가서 1시간 정도 있다가 집으로 돌아와 새벽 1시쯤에 늦게 잔 여파가 온 것일까. 아침 5시 30분에 아버지가 깨워 주셨는데도 6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부랴부랴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와 옷을 입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서니, 아침 6시 30분이 넘어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각할 게 뻔했기 때문에 오늘의 선택도 역시 택시였다. 자꾸 이렇게 택시 타는 버릇을 들이면 안 되는데... 택시병에 걸려 버린 나를 어떡하란 말인가. 내일부터는 일찍 일어나 준비해 가지고 출근시각에 늦지 말아야겠다.
매장에 출근해 여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오늘 들어온 물류를 검수하고, 카페에서 받아온 아샷추를 홀짝이면서 오전 8시부터 카운터를 보았다. 오전 시간에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러 온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삼각김밥이나 김밥 아니면 라면이나 음료를 사 가지고 갔다. 오전에 근무하는 영등포 매장은 다른 매장에 비해 비교적 한가한 매장이라 쉬엄쉬엄 일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대신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일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오늘도 오전 9시부터 여사님이 발주 업무를 하셨기 때문에 옆에서 여사님이 발주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곁눈질로 발주 업무를 배워 나갔다. 발주하는 데 있어서 주의사항들을 핸드폰 노트에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1월 22일, 23일에 여사님이 쉬는 날일 때 어떻게 발주 업무를 하게 될지 내심 기대가 되기도 했다.
오전 10시가 되어 여사님이 카페로 올라가시고, 카운터에 남아 계산 업무를 하면서 유제품과 FF(간편식)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1월 15일 자 유통기한 임박 상품 몇 개를 찾아냈다. 간간히 식권을 사러 오신 손님들이 있었는데, 수월하게 판매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오전 11시가 되어 여사님이 카페에서 내려오셔서 카운터 업무를 전담하시고, 나는 곁에서 업무를 눈에 익히고, 손님들께 인사를 했다. 많은 손님들이 카운터에서 물건 계산과 식권 계산을 하고 갔고, 여사님은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셨다.
오전 11시 55분이 되자, 여사님의 업무 종료 코멘트를 듣고, 식당으로 가서 배식을 받았다. 오늘은 전주비빔밥과 고구마 크로켓이 나왔는데, 오늘의 밥 역시 맛있고 훌륭했다. 고구마 크로켓을 조금 더 받아올 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배불리 먹었으니 그것으로 족했다.
식사를 마치고, 퇴근하기 전에 오전 중에 점장님이 알려주신 '시프티'라는 출퇴근 앱에 퇴근을 기록해야 했다. 점장님께서는 앞으로 출퇴근을 할 때 반드시 이 앱에 기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잊어버리지 않게 잘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회사 건물을 빠져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영등포 03번 버스를 타고, 신길역 2번 출구 정류장에서 내려 신길역으로 들어가 5호선 지하철을 타고 신정역에 내려 도보로 신정동 매장에 도착했다. 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니, 사장님께서 반갑게 나를 맞아주셨다. 나는 브런치 글을 쓰면서 여유 있게 아이스커피를 내려 마시고, 때로는 담배를 피우면서 매장 업무를 보았다.
오후 3시가 되어 본사 직원인 SC님이 오셔서 사장님과 회의를 하셨는데, 이번에 물류 창고 냉동, 냉장시설이 고장 나는 바람에 물류 배송 시간이 지연된 것에 관해서 의논하셨다. 원래 부천 물류센터에 10개의 시설이 있다가 다 고장 나고 지금은 1개 시설만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강화 물류센터로 이전해 서울 양천구 매장에 물류를 배송하는데, 1시간 30분 이상 지연되고 있어 양천구 각 매장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우리 매장만 해도 저녁 물류는 오후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들어오다가 이제는 밤 11시 이후에 들어오게 되니, 다른 물류 상품은 그렇다 쳐도 피크타임에 디저트 상품들을 팔 수가 없게 되어 매출이 타격을 입었다. 또 아침 물류는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들어오다가 이제는 9시 이후에 들어오게 되어 김밥이나 삼각김밥, 도시락 등을 제때에 판매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사장님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SC님에게 고충을 토로하셨는데, SC도 본사에서 부장 등의 중위급 직원 분들이 임원 등의 고위급 간부들에게 품의를 올려도 딱히 해결책으로 나오는 것이 없다고,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사장님께 말씀하셨다. 본사의 답답한 처사에 사장님도, SC도 한숨만 내쉬실 뿐이었다. 나는 곁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기업이 그들이 가진 권력으로 힘없는 가맹점주들에게 정말 수많은 횡포를 부리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오후 4시가 되어 매주 수요일에 할 업무인 담배재고조사를 시작했다. 오늘은 진열장에 보충해 채워 넣어야 할 담배가 엄청나게 많았다. 담배 시재는 +2로 오히려 2갑 더 많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어느 스탭이 돈을 받고 담배를 안 건네준 건지, 손님이 깜빡하고 담배를 안 가져갔는지 원인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사장님 입장에서는 +가 나서 득인 셈이었다.
오후 5시 30분쯤 담배재고조사를 끝내고, 적은 담배들을 보충 진열한 후에 부대찌개 라면으로 저녁식사를 때웠다. 얼큰한 부대찌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내려 주었다. 사장님께서 매콤 닭강정을 컵에 담아 튀김 진열장에 진열하라고 하셔서 냉동고에서 닭강정 팩을 꺼내 비닐장갑을 끼고 매콤 양념으로 무쳐진 닭강정을 하나씩 꺼내어 종이컵에 담고, 투명 플라스틱 뚜껑을 씌웠다. 그리고 닭강정 컵을 튀김 진열장에 상표가 보이게 가지런히 놓고, 진열장 조명을 켰다.
오후 6시부터는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오셔서 카운터에서 계속 계산 업무를 보아야 했다. 오늘은 2+1 행사하는 과자들이 많이 팔려 가끔씩 과자 창고에서 과자를 가져와 보충해야 했다.
중간에 사장님이 지인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으셨는데, 지인의 장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사장님이 대구 옆의 경산까지 내려가 조문을 해야 하셨는데, 그로 인해 목금토 주간 알바인 꼬북이가 내일 오후 2시까지 나오게 되었다. 사장님이 꼬북이에게 따로 전화를 해서 오후 2시까지 나와 달라고 부탁하셨다.
오후 8시가 넘어서 손님이 뜸해지면서 조금 한가해졌고, 발주, 유통기한 검수, 신제품 배치, 공병 등의 업무를 모두 마치신 사장님이 8시 30분쯤에 퇴근하셨다. 나는 꼬북이에게 사장님이 퇴근하셨다고 카톡을 보냈고, 곧이어 꼬북이가 매장에 도착해 우리는 수다를 떨면서 업무를 이어 나갔다. 수다를 떨다가 조금 피곤해져서 카운터를 꼬북이에게 맡기고 잠시 잠에 들었다가 깨어 보니, 벌써 오후 9시 50분이 되어 있었다. 나는 곧 퇴근할 준비를 했다.
밤 10시가 조금 넘어 야간 근무자 친구가 왔고, 나는 그와 인수인계를 하고, 꼬북이와 함께 매장을 나왔다. 밤이 되어 날이 조금 쌀쌀해져 패딩 모자를 쓰고, 패딩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 옷을 단단히 여몄다.
꼬북이와 함께 신정역에서 5호선 열차를 타고, 김포공항역에서 환승해 계양역에서 내렸다. 꼬북이가 계양역 버스 정류장까지 배웅해 주었는데, 내가 버스를 타자, 창 밖에서 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해 주었다. 5분 정도 지나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아파트 건물까지 걸어왔다. 집에 도착해 평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잘 준비를 할 때, 꼬북이에게 전화가 왔다. 잘 들어왔다고, 잘 자라고 인사하고, 전화를 끊고, 나도 침대에 누워 잠에 들었다.
오늘 뭔가 반복적인 루틴 속에 새로우면서도 의미 있는 일들이 일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루하루 이렇게 의미 있고 보람찬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행복이 가득한, 행복 만땅인 하루였다.